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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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회 보스톤 마라톤을 뒤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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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승언 댓글 3건 조회 26,533회 작성일 08-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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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 지난 112회 보스톤 마라톤을 돌아보면서

마라톤이 끝난지 2개월이 지나서 이 글을 쓰면서 지나온 길과 응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과 함께 행복해 진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막연하게나마 목표가 있었다. 풀코스를 4시간안에 완주하는 서브4를 달성하고자 하는 염원이었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느껴졌고 실제로도 기록달성이 쉽지 않았다.

혼자해야 하는 운동의 특성상(동호회에 가입했으면 훈련 및 대회 참가시 동반자가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했다. 때로는 나태해지고, 때로는 힘이 들때는 오늘만 쉬고 내일 운동 해야지 하다가 하루 쉬고 나면 더 쉬고 쉽고 그러다가 며칠 운동을 못하면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하면서 풀코스 도전 3년만인 2007년 중앙마라톤에서 3시간 24분으로 보스톤 참가 기준 기록에 들어 갈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록도 보스톤 마라톤에는 영원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2009년 대회까지만 인정 받을 수 있어서 금년이나 내년에는 참가해야만 했다. 내년까지 가지 못하면 다시 그 기록을 이루리라는 자신이 없었고 이제는 1차 목표를 달성하니 조금은 즐런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운동도 약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사정상 금년은 포기하고 내년에 보스톤에 가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였는데, 동업이었던 사업을 정리함에 따라 올해 참가 안하면 내년에는 어떤 변수로 가지 못할수도 있어 웬만하면 금년에 가기로 하고 참가 신청을 하였다.

보스톤 마라톤은 아무나 갈수 있는 대회는 아니다. 기록이 안되면 참가자체가 안되고 바쁜 일상중에 시간을 내야하고 비용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혹자는 보스톤 마라톤에 간다고 하니 비용은 내가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기에 더 가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지인들에게 이야기도 하는 재미도 있고 이 자체가 나의 이벤트의 하나로서 마라톤을 하면서 스스로 성취감도 느끼도록 말이다.

개별적으로 갈까 아니면 전문 여행사를 통해서 참가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숙소와 비행기 등을 알아보니 개별적인 참가는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될 뿐더러 혼자가 아닌 같이하고 싶은 마음에 전문 여행사를 선택하면서 소수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가족같이 움직일수 있는 여행사를(여행사는 인원이 많아야 좋겠지만) 결정하였다.

여러 번의 환승과 오랜 비행끝에 뉴욕에 도착하여 9.11 재앙직후 방문한 맨하탄과 자유여신상등을 다시 들러보면서 그때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보스톤에 도착하였다. 많은 도시가 그렇지만 처음 와 보는 보스톤을 제대로 느낄 틈도 없이 하바드와 MIT 대학교, 시내 중심지를 대충 보고 나니 아쉬움이 너무 많다. 시내에서 개별 자유 시간을 가질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서울 출발전에 보스톤 마라톤후에 1-2일정도 개별적으로 머무르려고 알아 보았으나 이미 티켓팅한 애틀란타행 비행기 표는 스케쥴 변경이 안되는 티켓-그렇다고 저렴하지도 않음-으로 이를 버리고 다시 해야 한다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좀 더 생각하고 티켓팅을 했어야 했는데…)

마라톤 하루 전날 배번호(BIB NUMBER)를 받고 운동 용품 EXPO장에서 보스톤 마라톤 공식 로고가 있는 옷과 모자를 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행사가 없는데 마라톤과 함께 이 행사를 3일간 하면서 많은 물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을 부럽게 보지 않을수 없었고 또한 미국사람들의 즐기면서 물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마라톤이 끝난 다음날에도 공항에서 마라톤 로고가 있는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심지어는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등을 많이 보았는데 이것이 어떤 행사를 즐기는 미국 사람들의 문화를 느낄수 있었다.)

이상하리 만치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그 동안 해외 출장시에 시차 적응에 문제가 없었는데) 대회 당일 아침 호텔에서 국내 대회 참가시 집에서와 같이 찹쌀밥을 먹고(여행사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함) 보스톤 외곽의 출발지인 Hopkinton의 New England라는 한 시골 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준비하고 있었다.(보스톤 마라톤은 보스톤 외곽에서 출발하여 시내에 도착하는 코스임)

여기저기서 커피, 빵, 음료수, 파워 제품등을 대회측에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즐겁게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우리도 그것을 즐겼다.

동아 마라톤에서 차에 짐을 맡기듯이 스쿨버스에 짐을 맡기고 스타트 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적당한 곳에서 볼일을 보려 하는데 경찰이 나타나서 다른 사람을 적발하여 어쩔수 없이 간이 화장실에서 길게 줄을 서서 해결하고서(작년에는 아무 곳에서 했다는데 아무래도 지역 주민들의 불편한 신고가 있었으리라) 출발하는데 그 시골동네에 웬 이리도 사람이 많이 와서 응원을 하는지 저절로 힘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사회를 보는 사람이 배번호나 유니폼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서 응원하는 모습은 같다.

대기장소에서 즐기면서 적당히 뛸 것인지 아니면 목표시간을 정하고 뛸 것인지 갈등하는 중에 나와 기록이 비슷한 한 동료가 적당히 즐기면서 같이 RUN할 것을 제안하여 흔쾌히 수락하고 완주 시간대를 3시간 45분대로 정하고 처음으로 동반주를 하였다. 옆에서 뛰어 주니 한결 힘이 덜 드는 것 같았고 힘들고 고비가 올 때 서로 힘이 되면서 같이 골인할수 있었다. Finish라인을 동시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1초 먼저란다. 조금은 미안하다.

42.195km내내 시골길 연도에 사람들이 가득했으니 보스톤과 그 주변 도시의 사람들은 다 나온 것 같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민들이 보여준 응원과 엄청난 함성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근처에 병원이 있으면 환자와 보호자와 간호사등이, 학교가 있으면 학생들이 길가에서, 그리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주변 잔디밭에서 앉아서 음식을 먹으면서 응원을 한다. 나는 이런 모습과 분위기에 취했고 자꾸만 길가쪽에서 달리고 있었고 어린이에게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와서 응원과 격려를 하는 주민들은 어떤 보습이고 어떻게 즐기고 응원하는지 보고 싶어서 주변을 두루 보면서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좌우를 살피면서 운전하는 운전사 같다.

하이파이브를 원하는 어린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오렌지를 든 아이와 어른, 물을 든 사람, 휴지를 건네주는 주민, 아이스 제품 등 달림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자 하며, 보스톤 레드삭스의 야구 스코아를 간이 칠판에 알려주는 사람(야구 열기가 상상 이상임), 각종 응원문구를 보드판등에 써서 가지고 나온 나람, 칠면조 복장을 하고 응원하는 사람 등이 달리지는 않지만 우리와 같이 마라톤을 즐기면서 힘내라고 열심히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대단한 열기를 또 다시 느끼고 싶고 아직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그중에서도 말로만 듣던 웨슬리(WELLESLEY) 여대생들의 광적인 응원에 즐거워하면서 “kiss me”라는 보드판을 보고서도 어떻게 그 터널을 하이파이브만 하고서 통과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상의에 부착한 태극기(이것도 여행사에서 제공)를 보고서 korea를 아는 외국인이 korea를 외쳐줄때면 나도 외치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한국사람이 fighting 할때면 너무 기뻐서 나도 파이팅하고 손을 흔들어 주고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즐겁게 뛰었다.

보스톤 외곽에서 출발한 마라톤은 마지막 약 3-4km를 남기고는 보스톤 시내로 들어서는데 이 구간의 인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많았고 마지막 힘을 내라고 응원 또한 대단한 열정이고 열광이었다. 골인 지점에 가까와서는 골인지점을 배경으로 거꾸로 뛰면서 또는 반대로 self로 나의 뛰는 모습을 찍어본다.

보스톤 시내 중심지에서 골인을 하는 관계로 골인 지점 근처 도로 옆 인도에 임시 스탠드를 만들어 응원을 하도록 하였으며, 골인후에는 바람막이 은색 비닐을 씌어 주고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칩을 제거해주며 완주메달을 목에 직접 걸어 주는 일련의 과정이 완주후 성취감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게 하였다.

마라톤을 마치고 가졌던 벅찬 감동은 다시 즐길수 없는 시간으로 흘려가 버렸다는 사실이 무척 허무하고 아쉽다. 다시 스타트라인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왜 이리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 아니 좀더 천천히 뛰어 충분히 시민들과 함께 즐겼어야 했는데 …. 생각하면 할수록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응원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기지 못하여 기억이 없어진다는 점이 또한 많이 아쉬운 점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무엇이든지 그저 생각할때 저절로 즐겨워지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마라톤을 하면서 항상 완주후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지만 보스톤 마라톤은 특히나 해외이였고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등으로 어느 대회보다도 기억에 남고 행복한 대회였다.

보스톤 마라톤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즐길것인지 기록에 도전할것인지를 한국을 떠나기전에 결정하고 그에 맞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하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매년 참가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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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국님의 댓글

김영국 작성일

소승언 님의 보스톤 마라톤 축억거리 읽어보니, 나도 가고 싶네요.

막상 갈려고 하면, 시간과 경비가 걱정되거든요



 님께서 보스턴 거리를 달리면서 느꼈던 감회를 머지않아 저도 맛 볼까 합니다.



 항상 즐런하시어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한 삶을 영유하시기 바랍니다.

소승언님의 댓글

소승언 작성일

꼭 참가하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많은 여운이 있는 그 행복을 같이 느끼시고요 즐런하십시요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소승언 선생님의 매년 참가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라는 문구가 귀에서 맴돕니다.다들 다녀오신분들이 많이들 말씀해주시거든요.실은 저 역시 보스턴 마라톤의 열기가 아직 머릿속에 떠오릅니다.다시 한번 더 달릴수 있는 그날을 위해~ 건강하시고~^^ 주로에서 뵙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