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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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회 보스턴 마라턴 대회 참가기>이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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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관 댓글 3건 조회 30,173회 작성일 0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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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쥐는 찬물에 익사시켜라.

애국자의날 Patriotday!
아침은 밝았고 기분이 상쾌한 하루의 출발이었다.
숙소인 쉐링턴 호텔 기상시각 05시30분. 전 참가단원이 모였서 인솔자인 양찬우이사의 선도아래 오랜 시간 여행 때문에 굳어진 몸을 가볍게푸는 아침달리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것이 가벼운 몸풀기가 아닌것이 고도로 계산된 이사님의 숨은 뜻이 있었을줄은...
우리선수단을 실은 버스는 정확히 7시10분 숙소를 떠나 마라톤 출발점인 Hopkinton으로 향했으며 가는 길에 경기관계차량인 노란색 스쿨 버스를 많이 목격하였다. 이윽고 Hopkinton에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인원들이 대규모 현막 아래 푸른 잔디밭 위에 모여 나름대로 열심히 대회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몸풀기를 하는 사람 웃고 떠들고 얘기하는 짬짬이 영양보충을 하는 사람 체온저하를 우려해 보온덮개를 하고 있는 사람 등 모인 사람들 만큼의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의 가벼운 설렘 속에 그 한가운데로 한국의 에스앤비 선수단이 들어선 것이다.

- 잔치집이란 이런것.
자원봉사자들은 바삐 움직이고 선수들은 각자 나름대로 출발선에 서기위한 준비로 분주하였다. 그자체가 활기넘치는 커다란 생물이었다.

처음에 그운동장(잔디밭) 주변을 크게 돌며 전반적 분위기를 파악한 후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서 당당히 특유의 스트레칭으로부터 시작 본격적인 대회준비에 들어갔다.
잔디 밭과 그 주변을 북적이는 사람을 피해가면서 가볍게 뛰다가 철조망으로 구분되어진, 트랙이 있는 아래 구역으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서서히 달리기 3바퀴 마지막 1바퀴는 전력질주, 그리고 다시 가벼운 속도의 정리달리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일종의 군 체력단련장 군사시설의 한 부분이었다.
너무 많은(?) 침입자 아니면 영역침범의 느낌이 들었는지 꽤 상당수의 군인이 나와 트랙을 돌며 나름대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밖으로 몰아내었다.
나는 그때 이미 정리운동을 하던 중이라 목적을 달성한 상태.
그리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라 다시 집합 대기 장소인 풀밭 운동장으로 넘어와 이곳저곳을 다니며 분위기를 파악.
아침기온은 다소 쌀쌀 했지만 그래도 조금 일찍 짐을 맡기고 우리의 짐을 운반할 사람을 찾는데 꽤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아야 했다.
결국 짐맡기는 차량은 출발대기선 근처에 있는것을 엉뚱한 곳에서 헤맨 셈이다.(충분한시간을 가지고 준비하면 시행착오로 인한 정신적 긴장내지 방황없이 대처할 수 있다는 교훈 얻음)
출발 대기선으로 사람의 물결을 타고 가다보니 지시해준 곳에는 전혀 다른곳에 짐운반차량은 정렬해있고 차량 구분 및 물건(배 번순) 의 위치가 정확히 정해진 속에 자원봉사자들의 밝은 모습들이 한순간의 긴장을 해소시키는 위력이 있었다.
마라톤 출발 선상에도 기록순으로 선수들을 정렬시키는데 그곳 도우미들은 짐운반 차량과는 또 달리 인상 좋고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 마음이 편남해 졌다.(주최측의 세심한 배려인듯)

-내 배번호0908

다소 쌀쌀한 아침이었지만 둘러선 열기 가득한 심장들에서 뿜어내는 대회분위기의 열기덕에 전혀부담스럽지 않았다.
비슷한 실력의 전갑섭씨와 함께 대기선에 서서 출발을 준비하면서 지난 동아마라톤( 2008-3-16)의 쓰라린 기억 때문에 사전에 파악한 코스의 난이도 정도를 약간 무시한 전략을 썻는데 결국 그것이 오늘 쓰디쓴 경험의 끄나풀이 되고 말았다.
동아 마라톤에서 위치가 뒤인데다가(B그룹) 10Km를 넘어 뛰도록 치고나가질 못하고 사람에 밀려갈수밖에 없는상황이었기에 이미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는 저멀리 갔고 나중에 결승선 1Km 앞두고 징주, 무려 30-40명의 사람을 제치며 쇄도했지만 기록은 3시간 16분에 머물렀던 그 기억.
그래서 좁은 출발선에서부터 앞에 틈이 생기는 대로 파고드는 무모한 전략을 구사했다.
국내에서 후배가 준비한 구간별 목표 시간을 인쇄 손목에 테이핑했는데 그것은 2시간 55분 예상은 전반에는 맞았다.
길은 좁았고 사람들은 계속 흐름에 밀려가듯이 그렇게 흘러갔다.
20Km 통과시간 1시간 30분
그렇게 고정된 목적관념에 충실하다보니 보스턴 마라톤 고유의 그멋진 축제 분위기를 제대러 느낄수 없었다.
보스턴으로 향한 연도는 열광의 도가니 시민들이 즐기는 축제의 여유와 환호가 귓등으로 흘러가니 그 속에 그 유명한 웨슬리 대학의 여성 팬들의 극성스런 응원도 25-26Km 지점에 있다는 파워젤 배급지점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냥 그속도의 흐름을 타고 발걸음도 가볍게 당당히 내달리다보니 25Km지점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른쪽 배 윗부분의 근육이 은근히 통증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무엇인가 “잘못됬구나” 하는 느낌이 오면서 속도는 자연히 떨어지고 몸은 자기 생존 및 적응상태로 저절로 들어갔다.
(구분할 수 없이 늘어선 응원단 관중들 때문에 일정 거리마다 배치된 음료수 공급처를 제대로 파악치 못해 지나치게 수분을 많이 섭취한 결과 인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을 얼마쯤 갖자 그 통증은 사라지는데 이제는 제2의 물결 (?)이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양쪽 허벅지의 근육이 올라붙는 느낌, 경직되는 기분이 완연했다
이 때부터가 사실상 보스턴 마라톤의 숨은 복병 (길고 짧은 언덕들)인 것을 지난 동아 마라톤의 한(恨) 이 너무 길었기에 또한 동호회 파사마 훈련의 힘을 믿고서 초반에 약간 무리를 한 업보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전략은 저절로 수정될 수밖에!
이제는 SUB-3달성이 아니라. 두발로 살아 돌아가는 생존귀환이 지상과제가 되고 만 것이다.
이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오호 통제라! 이 때 나는 평소 훈련에서 터득한 지혜를 비상수단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속도를 늦추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 마음을 편히 하면서 마음의 눈은 오직 한곳. 결승점에 고정한 채 그러면서도 굳이 고통스런 표정을 짓지 않고 오를, 통한 사람의 모습으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천호식품<통마늘 진액>의 후원을 받은 유니폼의 위력(Never give in!)도 발휘되었다. (어느 지점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천호식품 파이팅’을 크게 외쳐 격려하였다.)
간간이 한국인 응원단의 열화와 같은 응원이 힘이 되었고 물, 음료수 배급소, 연도에 늘어선 어린이 응원단들이 내미는 차가운 생수가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차가운 물이라고 생각되는 물 컵이나 병은 어김없이 잡거나 받아들고 뛰면서 그 물을 입으로 가져가는 대신, 굳어져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양 허벅지에 계속 부어대면서 남은 길을 재촉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어린 응원단의 고마운 호의가 잘못 쓰이는가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전반부에서 목표달성에 장애가 된다고 빈틈으로 파고들며 제치고 지나온 서양 선수들이 이런 상태의 내 곁을 추월해 지나갈 때는 씁쓸한 심정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 상황에서는 별 수 없지 않은가?!
기나긴 고통 속에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상심의 언덕도 큰 무리없이(?) 지나서
드디어 저 멀리 결승선 아치가 보이는 은근한 내리막 직선 주로에 들어섰을 때, 평소 같으면 그만한 거리는 충분한 승부처, 가장 신나는 순간이었다.
경우에 따라 1km, 500m, 200m가 마지막 질주구간이었던 것이다.
그 간의 과정이야 어떻든 이 지점부터는 내 몸에 남아있는 마지막 에너지를 태우며 유감없이 내달리는, 고통 속에 희열을 느끼는 구간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은지 이미 오래라 그것도 그림의 떡! 그래도 200m정도 남았을 때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로 작정, 도움 닫기를 시작하는 순간,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 종아리에 제대로 큰 쥐가 올라오기에 그마저도 양보하고 편한 마음으로 애써 당당한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결승선 통과 시 이름을 불러준다는 아나운서멘트도 그 어떤 호명도 못 들은 것은 중간에 여러 지점에서 여러 이벤트를 듣도 보도 못하고 통과한 것과 같은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윽고 고통스런 다리를 달래면서 15km이상을 달려온 힘든 여정은 끝났다.
비록, 기록 달성은 못했지만 나는 또 다른 승리 한 것이다.
(유감스러운 기록, 3시간 44분 52초)
예상치 못한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인데 그 정체는 미국 쥐, 서식처는 보스턴의 잦은 언덕. 그들은 방심하거나 무모한 달림이들에게 여지없이 떼로 달려들어 근육을 갉아댄다.
한국 쥐만큼 지독하지는 않으나 귀찮고 성가시기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을 다스리는 방법은 바로 ‘찬 물’에 익사시키는 것.
이번 대회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다음 인천공항에 모여서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 뉴욕의 멘하탄을 비롯한 여러곳 보스턴의 여러 대학, MIT, 하버드를 둘러보고 대회에 참석해서 끝나기까지 마치 한 가족과 다름없이 편의를 보아주는데 열과 성을 아끼지 않았던, 권 은현 실장, 양 찬우 이사님, 그리고 미국에서 합류한 가이드 임창빈(제임스)氏의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울러 국내에서 함께 참가한 S&B의 선수단 모두에게 한 없는 애정을 느끼며, 국내에서도 앞으로 계속 S&B 3期라는 연결점을 중심으로 모임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함께 하였기에 즐거웠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추신 : Sub-3 목표는 이제 부득이 국내대회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가을 안으로 멋지게 목표를 달성하여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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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파사마 이재관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후기를 읽으며 저또한 보스턴의 추억에 잠시나마 빠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네요^^;;

즐런하시길 바라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전 김영국님의 댓글

대전 김영국 작성일

이재관씨!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미국 쥐를 만나 고통을 당하여 목표했던 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점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해외여행 잘 했다고 마음을 추스리면 편할 겁니다

목표치는 국내대회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제2회 압록강 마라톤대회 때 이재관씨와 동승했던 대전 달림이 랍니다. (하시는 사업은 잘 되시는지요)

항상 건강하세요.

대전 중구청 김영국  올림

최종문님의 댓글

최종문 작성일

이재관님!! 목표를 꼭 이루시기를 바라며..늘 즐런하세요..

양주마  최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