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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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노베야마 울트라 마라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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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2건 조회 20,154회 작성일 07-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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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 3기의 승리 일본 노베야마 울트라 마라톤

『서두

달리기는 여행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들을 하는 일종의 치유를 위한 여행이다. 일본 노베야마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달리며 눈 덮인 산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떠나는 자유와의 만남인 여행. 달리기와 함께하니 더욱 깊이 있는 여행이 된다. from Tokyo』

5월 20일 (일) 오메데또 고자이마스~!(축하합니다)

“캬~그래, 정말 이 맛이야!”

거의 10시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 목에 완주 메달이 걸리며 자동적으로 한마디 나온다.

2007년 일본 노베야마 울트라 마라톤은 나에게 있어 3년간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져버리는 해탈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2004년, 2005년 2년 연속으로 완주에 실패하고 절치부심 언제나 빛을 갚을 수 있을지 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노베야마 대회는 험한 코스로 유명하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강한 체력과 훈련이 필수다. 그래서 평상시 나 같이 훈련 안하고 현장 박치기 하는 스타일의 달림이에게는 항상 부담 백배의 모험이었다.

나의 달리기 특징은 일단 비 맞고 뛰는걸 너무 싫어한다. 그런데 2004년 대회 때는 훈련은 기본으로 안하고 아무 생각이 없이 참가했다가 비 쫄딱 맞고 중도 포기. 2005년 대회 때는 짠밥만 믿다가 충주호 100마일 대회와 고비사막 대회에서 삐끗한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너무나 아파서 처음으로 구급차란 걸 타봤다. 내 비록 날날이 달림이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후 그때처럼 좌절과 수치심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수년간 끌어온 어두움의 터널을 벗어나고자 도전의 기회를 찾는 시점에 일본 친구들의 합동 참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무 이유 없이~ 이게 왠 떡이냐 덥석 먹이를 물었다.

노베야마 대회는 일본의 중부 산간 지방인 나가노 현에서 열린다. 나가노 지방은 199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장소이며, 3,000m이상의 고봉들이 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본 알프스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웅대한 산악미가 아름다운 국립공원이기도 하지만 동네가 동네인 만큼 좌 비탈, 우비탈의 산악 코스가 대회의 기본 코스로 자리 잡아서 일본에서도 어려운 대회로 손 꼽힌다.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후지산이 정신적인 지주로 존재하는 나라다. 우리가 백두산을 민족으로 영산으로 떠 받듯이 후지산은 일본인의 마음과 혼을 지배하는 무언의 상징이다. 그런데 노베야마 대회를 달리다 보면 갑자기 후지산이 눈 앞에 잡힌다. 외국인의 시각으로도 눈 덮인 후지산을 만나게 되면 묘한 느낌이 드는데, 일본인들은 더욱 감동을 받을 것 같고, 그런 것이 이 대회의 또 다른 매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회 전날은 출발지점의 체육관에서 전야제가 펼쳐진다.

나가노 현의 대폭적인 지원 속에 열리는 대회인지라 행사에 관련된 관청 사람과 행사 관계자들이 단상에서 인사를 한다. 그런데 짜임새 있는 행사 진행과 짧은 시간의 이야기, 전원 완주를 기원하는 건배 제의를 통해서 관이 동원된 한국 대회장의 요식적인 행사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내일 아침이 필요 없을 정도로 먹고 또 먹었다. 하지만 전야제에 참가 하려면 1인당 1,000엔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전야제 문화. 돈이 들더라도 즐거움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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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 참가비 1000엔. 잘 먹는게 남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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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언니들의 축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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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가 열린 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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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준비 끝

눈 덮인 하늘 길을 오르는 즐거움

보통의 한국 울트라 대회는 저녁에 출발해서 밤새 달린 후 아침에 골인을 한다. 하지만 일본의 대부분 울트라 대회는 새벽 출발 후 오후 골인이 기본이다. 이곳 대회도 새벽 5시에 출발을 하여 71km 부문은 10시간 15분이 제한시간, 100km 부문은 14시간이 제한시간으로 되어 있다. 나의 경우 이번에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범위에서 71km 부문에 도전을 했다.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뛰쳐나가는 장면은 대단한 장관의 연출이다. 올해도 날은 추웠지만 다행히 비가 안 오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기분 좋은 출발이 되었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타이즈와 긴팔이 필수다. 일본 대회를 참가해서 느낄 수 있는 점은 옷의 화려함과 기능성 타이즈의 보편화 추세다. 물론 내수 시장의 규모 차이도 있지만 한국의 메이저 업체들은 더 이상 달림이들을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환율 때문에 일본의 체감 물가는 한국보다 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일본보다 더 비싼 가격에 떨어지는 디자인과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들은 봉인가? Anyway, 영상 4도의 싸늘하다 못해 추운 새벽 공기를 뚫고 환호 속의 길을 나서는 내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며 스스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꼭 완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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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은 체감 온도가 영하였지만 흥분된 이들에게는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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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발걸음 가볍게. CW-X 타이즈 착용자가 대다수.

노베야마 대회의 출발 지점은 해발 1,355m이다. 그 후 20km 지점의 해발 1,908m 지점을 언제 통과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기록을 대충 환산할 수 있다. 처음 5km 지점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끝임 없이 인내를 요구하는 가파른 비탈이 계속 이어진다. 전체 코스에서 4번 정도의 가파른 언덕을 만나는데, 평지 훈련만 하고 참가를 하면 완주는 남의 이야기가 될 확률이 커진다.

고지대의 특성상 아직도 눈 덮인 주변의 산들에는 스키장도 있고 멀리 아래 쪽 평원에는 커다란 위성통신 안테나들도 보인다. 본격적인 산악 코스로 들어서자 온통 주변은 나무와 깊은 숲만 보인다.

일본을 달리다 보면 자연보호와 산림의 체계적인 관리가 잘 되어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림의 활용은 대다수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준다.

1,908m 지점까지는 구불구불 이어진 가파른 임도를 달린다. 이번이 3번째 참가다 보니 기본 코스는 머리에 있는지라 적당한 속도의 달리기 그룹을 쫓아갔다. 이번에도 참가를 위한 특별한 훈련은 거의 없었기에 언제쯤 내 체력이 떨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처음의 속도를 적어도 50km 지점까지는 몰고 가는 걸 오늘의 목표로 잡았다. 거의 5km 단위로 있는 급수대에서는 너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필요한 물만 보충을 했다. 처음의 언덕에서는 80% 달리기, 20% 속보의 원칙을 지켰다. 전에 참가했을 때는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는 후미였지만 이번에는 그룹에 속해서 뛰는 일이 종종 생겼다. 내 자신도 믿지 못할 놀라운 스피드였다.

사실 이번 대회를 위해 훈련 대신 1달간 3kg를 감량하고 대회 10일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5km를 달려 회사에서 집까지 뛰어간 적이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3월까지 4번의 풀 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평상시 지구력은 자신 있었기에 계속 이어진 대회 참가가 다음 대회의 훈련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내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전체 코스 중 대략 30km 정도가 비포장 산악 코스다. 코스 주변의 높다란 산 봉우리들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기에 아름다운 백색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가 무거워 질 때 한번씩 바라보는 눈 덮인 산봉우리는 몸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청량음료 같다.

오늘은 왠지 몸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다. 3kg 감량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지 20km 지점의 1,908m 고지를 가볍게 넘어서고 25km까지의 무한정의 내리막 코스를 달렸다. 노베야마의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 그리고 약간의 평지가 혼합된 곳이라 언덕훈련은 필수다. 평지를 달릴 때와 오르막, 내리막을 달릴 때 근육의 쓰임은 다르다. 적절한 훈련이 없다면 내리막을 신나게 달리고 근육이 풀어져 평지에서 힘을 못쓰고 허우적거린다. 예전 한참 남산에서 훈련 할 때의 히스토리를 아직도 근육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오르막에서는 좀 처지더라도 내리막 코스에서는 정말로 많은 참가자들을 앞설 수 있었다.

한번 탄력을 받으니 오르막, 내리막 구별 없이 35km 지점의 첫 번째 휴식처까지 거침없이 달릴 수 있었다. 노베야마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35km와 71km 지점에 온천이 있다는 것. 나는 턱도 없지만 속도가 빠른 참가자들은 느긋하게 온천 한판 때리고 옷 갈아 입고 새로운 맘으로 달리는 재 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35km지점에서 단팥죽과 과일, 음료로 허기를 보충하고 3km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낑낑” 거리며 오른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정상에 오르니 이제부터 내가 자신 있는 내리막이 50km지점까지 펼쳐져 있었다. 역시 3번째 참가라 코스 공략에 대한 노하우와 페이스 조절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렇게 여유 있는 달리기를 하기도 오랜 만이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도 내리막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내 달리는 나를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몸에 무리도 없고 아픈 곳도 없고 이상하리 만큼 컨디션이 너무 좋다. 사실 컨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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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노베야마 울트라 마라톤에서의 멋진 사진과 글 감사드립니다.

완주를 축하드리며 즐달 하시길바랍니다.^^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항상 승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