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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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도쿄 마라톤 참가기 (스크롤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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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2건 조회 19,648회 작성일 0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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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도쿄 마라톤 참가기

『서두

일본 = 도쿄 마라톤 방정식

어제 뉴스에도 도쿄 마라톤, 오늘 뉴스에도 도쿄 마라톤, 내일 뉴스에도 도쿄 마라톤.

도쿄, 아니 온 일본이 도쿄 마라톤의 열풍에 휩싸인 기분이다. 일본 입국 시 도쿄 마라톤 참가자라 했을 때 그 입국심사원의 동공이 풀리며 황홀해 하던 눈빛,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의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다 도쿄 마라톤을 참가했다 하니 눈이 똥그라지며 대회 이야기를 해달라며 아양을 떨때의 당혹감. 기가 막힌다. 과연 한국에서 서울을 달리는 마라톤을 참가하고 이런 과잉 반응을 볼 수 있을지? 물론 현재 일본에서는 마라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첫번째 도쿄 시민 국제 마라톤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지만 마라톤이라는 문화적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는 현실을 체험했다. 이제는 마라톤이 그 나라의 발전 척도를 가늠하는 문화이자 상품으로 대접 받는 시대다. 우리도 빠른 시일 내에 전세계적으로 조명발 한번 제대로 받는 근사한 대회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꿈이 너무 큰가???』

@ 2월 18일 (일) 사무이게도 하시루 (추워도 달린다.)

일본은 20번 이상 방문했지만 도쿄의 경우 복잡한 지하철 노선과 많은 사람들로 인해 항상 머리가 복잡하고 헤매기 일수였다. 하지만 이번의 도쿄 마라톤을 달리고 나서 그렇게 복잡하던 지하철 노선도 한눈에 들어오고 어디가 어딘지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올해 나의 레이스 계획은, 2월 도쿄 마라톤을 시작으로 3월 동아 마라톤, 전주 울트라, 4월 보스톤(참관), 6월 단동 압록강 마라톤, 고비사막 마라톤, 7월 일본 후지산 마라톤, 10월 일본 산악마라톤, 사하라사막 마라톤, 11월 베트남 정글 마라톤, 12월 남극 마라톤 등으로 1년 계획이 꽉 짜여있다. 그 중에서 첫번째 테이프를 자르는 도쿄 마라톤은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전초전이라 관심이 갈수 밖에 없다. 그리고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일본에서 열리는 첫번째 도쿄 시민 국제 마라톤이라는 점과 3대 1의 경쟁을 뚫고 참가 신청에 성공했다는 점이 더욱 내 자신을 들뜨게 만들었다.

참고적으로 도쿄 마라톤은 세계 5대 메이저 대회인 뉴욕, 런던, 보스턴, 베를린, 시카고 마라톤 대회를 수년간 공부하고 벤치마킹한 국제대회로, 참가자수만 3만이 넘었으며 1만 여명의 자원 봉사자, 5천 여명의 경찰이 동원된 엄청난 이벤트다. 또한 도쿄시내를 7시간 동안 전면 통제하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된 기념비적인 대회였다.

도쿄는 한국과 가깝고 고도로 발달된 도시라 여행하기가 편하다. 그리고 최근의 환율 덕으로 좀더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물론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수속과 현지에서 편리한 점은 있지만 가급적 자유 여행을 권하고 싶다. 그래서 여행에 관련된 팁은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자 한다.

@ 도쿄시청, 신주쿠 (출발~5km 구간)

대회 당일 아침 창가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이제 폭우로 변해있었다. 일본의 재해를 대비한 도시 배수 시설과 관계시설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그러기에 달리는 일에 대해선 별 걱정이 안되지만 비에 젖었을 때의 저체온증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출발지점인 신주쿠에 도착해서 대회장까지 가는 길에 도대체 왜 편의점에서 비옷을 안 샀는지 내 자신이 한심하다. 다행히 주최측에서 비닐을 준비해줘서 살았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이제 걱정은 떨쳐 버리고 달리는 일만 남았다.

군데군데 물이 잠길 정도인 폭우 속의 대회장은 생각보다 정돈이 잘 되고 질서가 유지됐지만 기존의 일본 사람들 이미지와 비교 했을 때는 개판이라 볼 수 있다. 여기도 비가 오고 모두 힘든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유난히 깔끔을 떠는 일본이기에 기본 이상은 한다고 인정한다. 과연 그 난리 속에 우리 같았으면 어땠을까? 갑자기 추워진다.

오전 9시 5분 휠체어 선수들이 출발을 하고 9시 10분 마라톤 참가자들은 기록 순에 의한 그룹별 출발을 했다. 그런데 출발선에서 망언의 대부 이시하라 도쿄도지사가 참가자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헛소리를 잘하는 인간이라 좋은 감정이 없지만 그 비가 몰아치는데 출발과 골인 지점에서 끝까지 남아 일일이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은 한국의 단체장들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아직도 군림하려는 한국의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은 총 쏘고 잽싸게 사라지는 모습만 보이는데 제발 정신차리고 본 받을 건 본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근대건축의 거장 ‘단게겐조’가 설계한 환상적인 도쿄시청을 빠져나가자 넓은 차선의 신주쿠 중심을 가로지르는 코스가 나타난다. 내리는 비에 아랑곳 없이 열광적인 응원을 퍼붓는 주변의 인파에 한껏 들뜬 기분 발걸음 또한 가벼워진다. 주최측에서는 코스 주변으로 10곳이 넘게 이벤트 무대를 마련했다. 밴드가 연주를 하고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전통 공연도 하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레이스에 다채로운 볼거리와 흥을 돋우는 이벤트 장치들을 여러 곳에 배치 한 점이 좋았다.

비록 비가 많이 오지만 전반적으로 평탄한 도심지는 여유있게 달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주로 양 옆으로는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빌딩의 연속들이다. 그리고 인도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라톤 강국은 갑자기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열정적인 호응을 밑바탕으로 성장하는 게 기본이다. 가끔 만나는 한국 참가자들이 한 마디씩 던진다. ‘부럽다.’ 그렇다 이렇게 축복 받으며 달릴 수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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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인지점이 다르기에 트럭에 자기짐을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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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도쿄 시청옆에서 그룹별로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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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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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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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대로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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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날 각오하고 들고 뛴 카메라. 빠질수 없는 셀카 놀이, 그리고 물먹은 카메라. 결국 고장났다

@ 황궁(5km~10km 구간)

코스가 황궁 근처로 들어서니 주변으로 공원과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본인들이 신보다 더 받드는 황실이 저곳에 있다지?’ 우측으로 보이는 황궁을 보며 뛰다가 만난 이름도 모르는 미국 친구에게 설명을 했다. 그 친구 아직도 일본에 왕이 있냐고 놀라며 물어본다. ‘응, 지들끼리 그렇게 불러.’ 하고 짧게 대답했다.

참가자들의 복장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가 하의는 타이즈를 입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브랜드는 CW-X 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다. 그리고 동물, 만화 캐릭터 모자, 코스프레 복장 등의 다양한 자기 변신을 시도한 달림이들이 많았다. 모두 진정으로 즐거운 달리기를 몸소 실천하는 부류들이다. 나 또한 즐거운 달리기가 가장 중심이라 왠지 일체감을 느꼈다.

황궁을 지나 만나게 되는 히비야 공원이 10km 참가자 골인 지점이다. 이곳은 왕복 6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이며 반환점을 지나오는 선두권 주자들을 볼 수 있는 코스다. 건너편으로 심재덕님의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예전 노베야마 울트라에 참가했을 때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도 아침에 추웠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감싸고 눈만 보여서 한참을 웃었었다. 그에 비하면 오늘은 상대적으로 누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벼운 복장이다. ‘심재덕 힘!’을 외치고 서로 손을 흔들었다. 잠깐, 그런데 나하고 거리가 얼마나 차이 나는 거야? ‘맞다 10km다.’ 순간적으로 다리의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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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복장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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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 황궁이 보인다.

@ 도쿄타워 (10km~20km 구간)

사실 별거 아닌데 워낙 많은 영화, 음악, 드라마, 소설 등에서 소재와 배경으로 사용되었기에 이름 값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도 유명한 명소를 코스로 끼고 달린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모두 한번은 처다 보고 ‘오~도쿄타워!’ 주저리며 달린다.

히비야 공원부터 1차 반환점까지 돌아오면 왕복 10km다. 지루할 수 있지만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서로 아는 사람 있나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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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이벤트로 인해 달리기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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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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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의 거리 응원단, 정말 일본 다운 응원이다.

@ 긴자 (20km~35km 구간)

1차 반환점을 돌아와 하프를 넘긴 지점부터는 일본 최고의 중심 번화가 긴자를 누비게 되는 코스다. 긴자의 얼굴 마담인 긴자역 ‘와코 빌딩’ 앞을 지날 때부터 사람들은 흥분을 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유명인이나 되야 긴자에서 행운의 카퍼레이드를 할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긴자 한 복판을 누빈다는 생각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자신만의 이벤트다. 긴자-아사쿠사를 돌아오는 약 15km의 코스는 꽤 길면서 지루한 코스다. 그래도 어쩌면 일생에 한번일지 모르는 긴자 레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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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권은현님의 댓글

권은현 작성일

와~유지성 사장님의 여행기와 사진들, 너무나 유익하고 즐겁게 다녀오신 것이 눈 앞에 훤히 보이네요. 부럽습니다.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멋지군요. 저는 오늘 홍콩마라톤에서 하프 뛰고 돌아왔습니다. 더워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3만7천명이 참가했더군요. 6천명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200여명이 병원에 갔다고 하네요.. 덥긴 덥더군요. 땀이 주루룩..... 금주 함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