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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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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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1건 조회 12,375회 작성일 07-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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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관기

『서두

마라톤은 행복한 사회를 위한 견인차

마라톤은 개인을 위한 운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스톤 마라톤을 경험해보고 마라톤은 온 가족과 사회를 위한 진정한 화합의 운동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우리 가족과 이웃, 친구를 위해 주로에서 응원을 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골인해서 감동을 함께 나누는, 마라톤을 통한 일련의 모든 행위들이 가족과 나아가 사회를 하나의 커다란 핵으로 뭉치게 하는 기가 막힌 장치의 연속이다. 잘 뛰고 못 뛰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고 나로 인해 다른 이가 힘을 얻고 즐거워 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는 오늘 보스톤 마라톤이 열리는 홈킨톤 입니다.”

보스톤 마라톤이 열리던 아침의 현지 모습을 스케치 한다.

“여기는 오늘 보스톤 마라톤이 열리는 홈킨톤 입니다.” 세찬 비바람과 추위로 일그러진 얼굴의 기상캐스터 말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화면이 바뀌며 수영장으로 변한 잔디밭의 모습이 크로즈업 된다. 하늘에서 퍼붇는 장대비의 모습이 조명에 의해서 더욱 굵게 비춰진다. 깊이가 안 보이는 검은 하늘, 그 속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은 우리의 마음을 계속해서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난 2월 도쿄 국제 마라톤에서 폭우 속의 레이스를 경험한 터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보스톤 마라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행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참가자들은 고생하겠지만…

일반적인 마라톤 대회와 달리 보스톤 마라톤은 미국의 독립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매해 4월 3째 주 월요일에 대회가 열린다. 최근 몇 년간의 보스톤 대회 일의 날씨는 추웠다, 더웠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부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비 바람을 동반한 폭풍우가 강타했다. 텔레비전의 일기 예보를 보면 미국의 동북부 지역 전체가 커다란 진한 회색의 구름으로 온통 칠해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땅이 큰 만큼 구름도 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구름의 가장 중심에 보스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회 전날인 일요일 보스톤의 주요 뉴스는, 과연 내일 대회가 무사히 열릴 수 있을지 말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이었다. 주최측에서 안전사고를 이유로 대회를 연기한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하고, 대회를 준비하던 진행 요원들이 사고가 났다는 무서운 유언비어가 난무하기도 했다. 하기야 텔레비전을 보면 가로수, 간판들이 부서져서 자동차를 덮친 모습이나 행사장의 준비물들이 돌풍에 날려 쓰러지거나 어지럽게 널 부러진 모습을 보면 상당히 신빙성 있는 뉴스로도 들릴 수 가 있다. 그렇지만 막상 보스톤 시내를 나가보면 비는 오지만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난장판의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었기에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뉴욕 관광을 마치고 버스로 보스톤으로 이동한 80명의 한국 참가자 그룹은 대회 전날 Freedom Run을 참가하고 엑스포 장을 방문하여 배 번호 수령과 대회 기념품 및 여러 용품들을 구입하는 쇼핑의 시간을 갖었다. 보스톤 마라톤 엑스포는 2월의 도쿄 마라톤의 엑스포 장과 비교해서 규모는 약간 작았지만 참가 업체수가 더욱 많은 것 같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보스톤 마라톤 메인 스폰서인 ‘아디다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라톤 양말 ‘인진지’, 최근 마라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미즈노’, 보스톤의 상징 ‘뉴발란스’등등. 유명한 브랜드부터 생소한 브랜드까지 여러 업체들이 참가를 했는데 평상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미국의 마라톤 대회 엑스포는 뉴욕 마라톤이 가장 크다고들 이야기한다. 궁금하다. 미국의 중심, 아니 세계의 중심인 뉴욕의 엑스포. 올해는 사하라, 베트남 레이스 일정이 겹치는 관계로 힘들지만 내년에는 꼭 뉴욕 마라톤을 참가하려 한다.

보스톤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하버드와 MIT 공대이다. 세계를 휘어잡는 인재들의 집합소인 두 대학은 분위기 만으로도 왠지 공부를 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든다. 내가 좀더 어릴 때 이곳에 와봤다면 이곳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아직 늦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교육 환경과 차원이 다른 세계라는 내공이 느껴진다. 역시 교육은 영재를 키우고 전문가로 만드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우수한 마인드의 교육자의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떠오른다. 하루빨리 한국의 교육은 정치인들의 손에서 교육자들의 손으로 넘어가야 한다. 세계 최고의 학교를 방문한 우리의 엄마, 아빠들의 마음속에도 같은 희망사항이 자리 잡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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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엠파이어스테이츠 빌딩에서 박흠철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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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마라톤 엑스포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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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공대.

4월 16일(월) “하늘이 무너져도 보스톤은 달린다.”

드디어 결전의 날인 4월 16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새벽 일찍 모닝콜 소리에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창 밖을 내다봤다.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세찬 비바람이 음산하게 호텔 주차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룸메이트인 김영한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한국과 시차가 13시간이 나기에 시차적응 하기도 바쁜데 날씨까지 최악의 상황이니 누구라도 그러함이 당연하다.

아침은 호텔식+한식+찰밥, 약식까지 진수성찬 그 자체였다. 한국사람들은 달릴 때 밥 힘으로 뛴다고들 말을 한다. 사막 마라톤의 경우도 건조된 쌀이지만 상대적으로 무거운 쌀밥을 주식으로 삼을 정도로 우리는 쌀을 떠나서 살수 없는 민족인가 보다. 참가자, 동반자 가족 모두 푸짐하게 아침을 먹으니 든든함의 뒷받침으로 날씨의 불안감에서 조금은 벗어난 기분이다. 역시 잘 먹으면 힘이 솟는다.

호텔에서 대회장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대회장에 가는 길은 주립, 시립 경찰의 통제로 일정 지역까지만 일반 차량의 통행이 허가되고 나머지 구간은 철저히 통제를 했다. 한국팀이 탄 버스는 출입 허가를 받은 VIP 버스이기에 대회장 인근까지 편안히 갈수 있었다.

보스톤 마라톤의 출발지점인 ‘홈킨톤’은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장소로 변한다니 보스톤이 주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위력을 실감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텔레비전에서 보던 난리 그 자체의 모습보다는 정돈되고 차분해 보였다. 대회를 더욱 극적인 효과로 만들기 위한 연출이었던지 아니면 몇 시간 동안 복구를 한 건지 모르겠다. 최근의 광고가 생각나다. ‘쇼를 해라 SHOW!’

계속해서 내리는 비속에 생긴 여기저기의 물 웅덩이는 출발 전부터 참가자들의 발을 괴롭히고 있다. 사실 이 정도의 폭우라면 한국 같아서는 많은 이들이 참가 자체를 안 한다. 주최측 발표로는 거의 2000명 정도가 배번 수령을 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로지 오늘을 위해서 달려온 우리들에게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하늘이 무너져도 보스톤은 달린다.’

대회 출발은 이전과 다르게 2시간이 앞 당겨진 오전 10시로 변경됐다. 이유는 더위를 감안해서 라고 했는데 올해는 완전히 예상이 빗나간 추위와의 한바탕 전쟁이었다. 한국팀은 단체로 구입한 방한복을 입고 출발을 대기했다.

에스앤비 투어를 이용한 한국팀은 55명의 대회 참가자와 25명의 동반 가족 및 인솔자로 구성되었는데, 응원단들이 보스톤 마라톤의 골인 지점에서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려면 아쉽지만 교통 통제가 시행되기 전에 버스를 타고 빠져 나와 자리를 잡아야 한다. 한국팀이 운영한 두 대의 버스는 반으로 나눠 한대는 참가자들의 대기실로, 한대는 응원단 차량으로 활용해 보스톤 시내 결승점으로 향했다.

시내로 이동한 응원단은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비가 계속해서 내리치는 관계로 제한적인 움직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아쉽기만 하다.

그렇지만 기존의 그룹에서 벗어난 자유시간은 또 다른 보스톤의 냄새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모두들 이야기를 한다. 동반 가족들과의 많은 이야기를 통해 가족들의 성원과 희생이 있어야 진정한 달림이로 거듭 날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달리기에 열중하다 보니 주변의 가족들에게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 원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은 분명 달리기의 커다란 원동력이다. 아직도 가족들의 반대로 몰래 숨어서 달리는 음지의 러너들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관광이 포함된 가족 동반 해외 마라톤 대회 참가를 제안해 보기 바란다. 일상을 벗어나 즐거운 여행이 접목된 마라톤 대회는 자신의 존재를 더욱 멋지게 부각 시키는 폼 나는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스톤 마라톤은 역사와 전통 있는 대회답게 모든 면에서 훌륭한 운영 시스템의 노하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번 기간 동안 같이 참가한 가족들에게서 그 어떤 지식과 경험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다. 진솔한 대화를 통한 달림이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과 세계를 보여주는 배움의 장이었다.

추위를 뚫고 42.195km를 달려 가족의 품에 안기는 달림이의 감동스런 모습을 상상해 보자. 옆에서 지켜만 보아도 같은 감동을 받는데 해당 가족들은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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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인진지 유지성대표님 참관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