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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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대회 보스턴은 역시 보스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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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달사 댓글 0건 조회 8,431회 작성일 0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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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대회 보스턴은 역시 보스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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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마라톤을 시작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나가고 있다. 일로써 시작하여 지금은 일겸 취미겸 즐기면서 달리기를 한다. 풀코스 18번 완주. 횟수로만 볼때 제법 명함을 내밀만도 한데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18번째 완주를 세계 최고의 마라톤대회로 111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기록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아! 보스턴....

제1일 4월13일 (금)
2007년 4월16일 30분 지연 출발을 하여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박차며 창공을 향한다. 항로는 태평양 횡단이 아니라 일본, 오호츠크해, 캄차카, 캐나다를 지나 뉴욕으로 가는 코스였다, 무려 비행시간만 14시간 30분에 인천 출발시 30분지연과 뉴욕상공도착 후 활주로 체증으로 인해 30분 동안 선회를 하며 착륙대기를 하였다. 인천공항에서 뉴욕공항까지 도착하는데 총15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장시간을 비좁은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 꼬리뼈에 무리가 가는 것 같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세관까지 통과하니 시간은 훌쩍 1시간이 더 지나가고 뉴져지에 있는 호텔로 이동하니 새벽1시가 넘어간다.

제2일 4월14일 (토)
오전 뉴욕의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자유의 여신상, 911 테러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를 관람한 후 점심식사를 맨하탄의 32번가에 위치한 원조라는 레스토랑에서 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전망대에 올라 뉴욕 맨하탄을 관람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지연된 일정으로 인해 유람선을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관람하는 스캐쥴도 뒤로 밀리고 보스턴으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도 자동 밀리게 되었다. 뉴욕에서 보스턴까지는 차로 4시간에서 4시간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서울에서 부산 정도 되는 것 같다. 역시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 왕복 8-10차선을 유지하는 도로에 중앙에는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확 뚫린 시원한 느낌을 준다.

드디어 보스턴 입성.
한식 뷔페를 맛깔스럽게 하는 아리랑레스토랑 사장님과 사모님이 반갑게 맟아 주며 하는 첫마디. 내일 날씨가 보스톤마라톤대회 111년만에 최악이랍니다. 허걱...
낮은 기온과 비바람. 나중에 접한 얘기지만 조직위원회에서 대회 개최여부를 심각하게 토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보스턴은 대서양 연안에 있는 교육도시로 우리에게는 하버드대학과 MIT공대, 힐러리여사가 졸업한 웨슬리여대로 유명하다. 식사 후 쉐라톤호텔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휴식 취한다.

제3일 4월15일 (일)
강행군이다.
오전 4시40분 기상, 5시40분 조식, 6시40분 호텔 출발하여 Friendship Run이 열리는 커플리스퀘어로 향하였다. 7시10분정도 도착하니 캐나다 참가자들이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스탶복장을 한 자원 봉사자들이 눈에 들어 온다. 기온은 낮고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린는 둥 마는 둥....

8시 정각 출발신호음과 함께 펀런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다. 나도 사진을 찍어 가며 펀런을 즐긴다. 일행들의 사진도 찍고 이색 풍경이나 독특한 모습들을 카메라 속에 담으로 5km을 천천히 달려 골인. 기념품과 먹을 것을 받아 들고 차에 올라 다음 행산지인 제111회 보스턴마라톤 엑스포장으로 향한다. 배번호 카드를 제시하고 배번호와 기념품을 지급 받고 에스포장 안에 있는 보스턴 로고가 새겨진
의류 및 런닝용품들을 구경한다.

하버드대학교, MIT공대가 다음 일정으로 되어 있어 점심식사를 학교근처로 이동하여 신라라는 레스토랑에서 하게 되었다. 여전히 비바람이 분다. 내일이 걱정이다. 점심식사 후 하룻만에 하버드대학교와 MIT공대를 졸업하고 다시 아리랑식당에서 석식을 한 후 호텔로 향한다. 보스턴에는 한식당이 4-5개 정도 있다고 한다. 많은 인원이 여행하기에는 인프라가 미약한 듯 하다.

제4일 4월16일 (월)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4시반 기상, 5시반 식사, 6시반 호텔출발, 7시반 대회장 도착. 출발 2시간 30분 전이다.
차창밖에는 여전히 바람을 동반한 비가 구슬피 내린다. 대회장 주변이 기상으로 인해 혼란스럽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회장 주변에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차량에 대기하며 시간가기를 기다렸다. 출발 1시간전 차량에서 하차를 하여 각각의 배번호별로 수하물을 맡기고 출발선으로 향한다. 날씨가 음산하다. 배번호별로 1-10번 코럴이 10:00 출발을 하며 11번 코럴부터 나버지가 10:30분 출발을 하다.

출발선 주변에서 첫 번째 웨이브의 출발을 기다리는데 몸이 너무 춥다. 주위를 살펴보니 은행현금인출기보인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몸을 녹이고 있다. 다행이 공간이 있어 비좁기는 했지만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드디어 제1웨이브 출발을 알리고 제2웨이브 출발을 위해 대기선으로 향한다.

출발을 기다리며 주위를 살펴본다. 많은 인파속에 파묻혀 있는 나는 누구인가? 여기 저기서 재잘 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 다른 피부색, 다른 모습, 다른 말, 다른 복장 등등등....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씨-익 이빨을 들어내며 서로 웃는다. 이유는 하나. 서로 그 자리에 서 있는 목적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하나가 된 듯하다. 한국사람, 카나다사람, 프랑스사람, 멕시코사람, 일본사람 등등등.. 전 세계에서 모인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비내리고 바람부는 추운 날씨지만 마음은 따듯하다

드디어 출발.
1km당 6분의 페이스로 경기를 운영할 것을 작심하고 출발물결에 휩싸여 앞으로 앞으로 전진을 한다.
너무 페이스가 빠른 듯하다. 초반이라 분위기에 휩쓸려 가다보니 조금 힘에 겨운 듯. “ 이사람들 왜이리 잘 뛰지?” 성큼성큼..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페이스를 늦춘다. 풀코스 18번째, 항상 느끼는 것 이지만 마라톤은 인생이다. 남이 먼저 간다고 부러워 할 것도 없고 남보다 먼저 간다고 우쭐댈 것도 없다. 나는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뱁새가 황새 쫓아 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나는 내 분수를 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뒤쳐져도 언젠가는 만나게 되고 나중에는 내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앞질러 가다가도 남들에게 추월 당하기도 하고 또 다시 역전을 하기도 하고 결국 결승선을 통과해 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마라톤이고 인생이다.

그러기에 만회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홉킨톤을 출발하여 수도자의 마음으로 한발한발 전진을 계속한다. 10km쯤 갔을까. 입고 있던 비옷을 벗어버리니 좀더 가쁜해 진다. 게토레이와 물의 공급은 5km당 계속해서 공급을 해준다. 주로는 응원단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어딘선가 “코리아 파이팅” 괴성을 지른다. 고개를 돌리며 괴성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 예쁜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괴성을 나올까?
머리카락이 삐쭉 선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힘이 불끈 솟아 오른다. “응원의 힘이 이런 것 이구나” 새삼 느낀다. 15km 지점을 통과하는데 비바람이 몰아 친다. 쓰고 있던 모자로 비바람을 가리며 전진을 거듭한다. 이젠 배가 고프다. 힘이 빠진다. 그래도 가야만 게임이 끝난다.

20km 지점 힐러리여사가 졸업했다는 웨슬리대학앞을 지난다. 수많은 여대생들의 함성이 고막을 찟을 듯하다. 와! 어찌 이런 일이....
“키스해 주세요” “안아 주세요” 등등등.... 이런 문구가 쓰여진 보드판을 들고 응원을 한다. 같이 동행한 분들 중에는 실천에 옮기신 분들도 제법있는 것 같다.

20-25km까지는 너무 고생을 한 것 같다. 힘빠지고 배고프고.. 25km 지점에서 파워젤 스테이션이 나온다. 4개를 챙겨 2개를 먼저 먹고 나머지 2개는 30km 와 35km에서 각각 하나씩 섭취하려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파워젤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6-7분 페이스로 골인지점을 향한다. 발걸음이 가볍다. 주로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 간다. 창피하여 걸을 수 도 없다.

여기저기서 “코리아 파이팅” “와! 코리아” 그 외침이 나에게 힘들 준다. 마지막에 있는 “상심의 언덕”을 넘으려 하니 응원하던 한국인 한명이 다가와 이제 마지막이니 힘을 내라고 한다. “그래! 가자! 여기만 넘으면 내리막 길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 듬는다. 하나 남은 파워젤을 입속에 털어 넣고 마지막 온 힘들 다한다. 40km 지점을 통과하니 커플 리스퀘어 표지판이 눈에 들어 온다.

2km 정도야 굴러가도 간다는 생각을 하며 남은 힘을 소진한다. 지하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커브를 도니 장내 아나운서의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머릿속에 “아 이제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다시 왼쪽으로 커브를 도니 “제111회 보스톤마라톤” 골인지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약 500m 남은 결승선. 항상 그러하듯 골인할 때 사진을 보면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사진들 뿐이다. 갑자기 머릿속에 “ 이번에는 멋진 사진 한장을 만들어 봐야지” 하는 생각이 휙 지나간다. 타이즈를 올리고 모자를 바로 쓰고 땀도 좀 딱고 가능하면 똥배도 좀 집어 넣고 날씬하게 보이는 사진을 연출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제 100m도 않 남았다. 결승선위에 사진사들이 “어느 여름 비오는 날 제비들이 전기줄에 앉아 있는 모습처럼” 줄지어 앉아 셔터를 마구마구 눌러댄다. “아마 줌랜즈로 땡겨서 찍을 지도 몰라” 하는 생각에 하나도 지치지 않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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