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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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고비사막 마라톤 참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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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1건 조회 11,929회 작성일 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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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E CAN CHANGE THIS WORLD"

웃음은 전세계 모든 인종을 가리지 않는 대표적인 공통 언어이다.
특히나 문화, 환경이 다른 외국인들과의 만남 시 밝은 웃음이 주는 의미는 백마디 말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된다.

난데없이 달리기 이야기는 안하고 이상한 소리를 하나 생각도 되겠지만, 달리기라는 운동은 자기 만족을 위해 행하는 요소가 강하기에, 남을 배려하는 작은 행동이라도 평소 몸에 습관화 시키면, 사지(死地)를 넘나드는 힘든 레이스 속에서도 모두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에너지로 승화된다.

이번 고비사막 대회에서 또한 아무리 힘든 상황에 빠져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작은 미소 하나가 주변의 분위기를 바꿀 수만 있다면, 나의 작은 노력 하나가 어려움에 빠져있는 상대방에게 커다란 힘을 줄 수 있다면, 평상시 달리기 할 때 표정관리에 신경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웃음을 잃지 않고 미소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2005. 4. 24.(일) Stage-1

- 거리: 32km
- 고도:
-Start : 1,330m
-End : 2,015m

역시 예상했던 대로 고지대에서 시작한 고비사막의 밤은 추웠다.

지난 대회 때 추위에 너무나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 이번 참가자들에게는 동계용품 준비를 철저히 당부했다. 그 때문인지 새벽에 영상 3도까지 내려가는 거의 영하의 날씨였지만 모두가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다.

2005 고비사막 대회의 한국팀은, 큰형님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무웅님, 재일교포이신 조경일님, 신장이식을 하신 강영선님, 시각장애인의 대표적 달림이 이용술님, 가장 많이 고생한 도움이 김경수님, 조선일보의 이석우 기자, 홍일점 김효정님 그리고 날날이 유지성으로 구성되었다.

대회출발은 캠프에서 2km 떨어진 인근의 마을까지 트럭으로 이동 후 시작을 했다.
중국관리들 특유의 형식적이고 지루한 개회식을 뒤로하고 대회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90명의 선수들은 괴성을 지르면서 일제히 출발선에서 뛰쳐나갔다.

지난 대회의 어려운 난이도 영향인지 올해 대회 참가자들의 많은 수는 등산용 스틱 소지자가 많았다. 또한 많은 수의 참가자들이 워킹 연습과 워킹 대회 참가경험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과 다른 준비들을 했다는게 느껴진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고비사막은 산악코스가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첫날의 부담감은 흥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적절한 통제의 흥분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리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나친 흥분은 오버페이스로 이어지며 스스로 자멸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한국 참가자들과 다르게 아무런 대회 참가 경험이 없는 조경일님과 이석우 기자의 초반 페이스가 예상보다 빠르다. 내가 보기에는 약간의 오버페이스 같다.
코스의 성격을 전혀 모를 때에는 초반에 힘을 아껴야 후반의 변화하는 환경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데 대회 첫날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흘리는 땀의 양은 더욱 늘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만 있는 오늘의 코스는 우리들의 체력을 야금야금 소진시키며 지치게 만들었다.

제일 걱정되는 이석우 기자를 돌보며 두번째 체크포인트까지 갔는데 의외로 선전하는 모습에 오늘의 레이스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계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넓고, 넓다란 광야를 지나 산을 오르니 눈앞으로 펼쳐진 벌판이 마치 강원도 대관령 같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저 멀리 백색의 캠프가 빨리 오라는 손짓을 보낸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달린 덕분인지 부담스러운 첫날의 일정을 아무런 문제없이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기록에 신경을 안 쓰고 달리는 스타일이지만 이해를 위해서 기록하자면, 첫날 기록은 5시간 47분, 등과는 3시간의 차이가 났다.


2005. 4. 25. Stage -2

- 거리: 30km
- 고도:
-Start : 2,015m
-End : 1,080m

매일 아침 열리는 레이스 브리핑 시간에 오늘은 여러 번에 걸쳐 크고 작은 개울을 건넌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4월은 산에 있는 눈들이 녹아서 강으로 흘러 드는데 물 온도가 영상 1~2도 정도로 무지하게 차갑다. 많은 수의 개천을 건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에 한기가 느껴진다.
또한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다 마지막에는 듄(Dune)지역을 넘는다고 하는데, 모래언덕을 말하는 건지 흙으로 된 언덕들인지 감이 안 잡혔다.

이곳 고비사막은 사하라와 다르게 흙으로 된 듄(Dune) 지역이 많은데 단단하면서 쉽게 무너지는게 모래로 구성된 언덕들과 다를 바는 없었다.

이곳에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처음에는 무조건 뛴다.
나의 경우 사진을 찍는 재미로 달리기에 초반에는 선두로 질주한다.그리고 선두부터 후미까지 열심히 찍고 천천히 유람을 즐긴다.

나에게는 이번 대회가 4번째 사막 레이스다.
처음 참가때부터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막의 여유를 찾고 보니 남을 도울 수 있는 힘과 레이스 전반에 걸친 자기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가고 있는데 앞쪽에 이용술, 김경수님이 보였다.
아무래도 물을 많이 건너고 바닥이 자갈밭이다 보니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두번째 체크포인트까지는 나도 함께 도우미가 되어 길을 헤쳐나갔다. 좌우로 깍아지는 듯한 수십 미터의 수직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져있는 계곡을 지날 때는 정말로 장관이었다.

주위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나는 작년 충주호 160km 대회 때 다친 발목을 다시 한번 접지르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두번째 체크포인트부터는 길이 좋아져서 이용술, 김경수님을 먼저 보내고 다친 발목을 치료하며 1시간 이상 떨어진 후미의 한국참가자들을 기다렸다.

두번째 체크포인트부터는 장경인대 부상이 발생한 이석우 기자와 함께 길을 갔는데, 아무래도 초보자에게 이곳 고비사막은 무리인 것 같다. 진통제를 먹이고 응급처치를 했지만 얼마 가기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기자와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오늘의 마지막 난 코스인 듄(Dune)을 넘기 시작했다.
흙으로 이루어진 듄 이지만 높이가 만만치 않았고, 수많은 언덕이 많은 관계로 경험이 있는 내가 선두에서 길을 찾고 수신호로 뒤쪽에 오는 이기자를 포함한 참가자들에게 길안내를 해주었다.

이기자의 부상 상태가 점점 안 좋아 지기에 듄을 넘는데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몰아치는 모래 폭풍을 뚫고 이석우 기지와 함께 골인을 했다. 오늘 하루의 일정을 무사히 마친 기쁨보다 이석우 기자의 부상이 걱정이다.
많은 시간을 소비했지만 기록은 6시간 13분으로 양호했다.


2005. 4. 26. Stage -3

- 거리: 42km
- 고도:
-Start : 1,080m
-End : 325m

어제 밤은 비를 동반한 폭풍우가 심해 텐트가 바람에 날아가 버릴 뻔 했다.
모두가 텐트의 모퉁이를 잡고 휘청거리는 텐트와 함께 하기를 몇 시간 될 때로 되라는 심정으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스럽게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이기자의 부상만은 점점 악화 상태였다.
결국 이기자는 오늘 레이스를 포기하며 눈물을 삼켰다.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는 일이었다.

사실 지난 이틀간 레이스의 난이도는 예전 대회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쉽게 느껴졌다.
전 대회에서는 해발 4,000m의 고산을 오르다 보니 추위와 고산증으로 지금까지 겪은 대회 중에서 가장 고통스런운 대회로 남아 있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레이스 중간에 내가 울었던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유를 부릴 정도로 아직까지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오늘은 처음부터 시작된 내리막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며 절로 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고도가 낮아지니 본격적으로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될 것 같았다는 불안했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작은 마을과 포도밭을 지나 계곡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길이 없어 졌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코스였던 것이다. 한 무더기의 참가자들은 조심스럽게 한명, 한명 절벽을 내려가야 했으며, 절벽 아래에는 허벅지까지 잠기는 계곡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음 같이 차가운 계곡물을 헤치며 얼마를 왔을까?
갑자기 코스가 산 쪽으로 연결되더니 수십 미터 낭떠러지 위를 조심스럽게 지나 River Bed(우기에 강으로 변하는 지역)지역을 통과하는 코스로 바뀐다.

River Bed에 있는 체크포인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 동안 함께한 홍콩 팀과 헤어져 간만에 혼자서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 현지 주민들이 엉뚱한 길을 알려줘 약 4km 정도 코스를 이탈을 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손을 잡고 엉뚱한 길로 인도한 녀석을 한번 더 만났다. 하지만 그 녀석은 끝까지 자기가 옳다고 떠들고 있었다. 생매장을 시켜 버리고 싶었지만 똑 같은 놈이 되기 싫어서 뺨만 몇 번 어루만져주고 왔다.

마을을 지나 사막 지역으로 들어가니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이곳부터는 나침반으로 방위를 확인하며 가야 하는 곳이다. 이번을 대비해서 구입한 Suunto 디지털 나침반이 커다란 힘을 되어주고 있다. 뜨겁고 건조한 고원지역을 통과하다가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던 조경일님을 만났다.
방위를 확인해주고 같이 길을 가니 저 멀리 앞서가던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경일님의 상태를 점검 후 두번째 체크포인트부터는 혼자서 달리기 시작했다.
영상 48도를 넘나드는 찌는듯한 무더위로 수시로 머리에 물을 부었지만 아무도 없는 벌판을 달린다는 건 너무나 상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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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전체여정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군요. 훌륭한 일하셨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후원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