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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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북경 마라톤 대회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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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4건 조회 52,273회 작성일 06-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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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성 블로그: http://blog.dreamwiz.com/halox2

『서두

중국 = 북경 = 마라톤

상대방: 어, 유지성씨 북경에는 웬일이에요? (상당히 놀란 듯)
나: 달리기하러 왔죠? (당연하다는 듯)
상대방: 어, 유지성씨도 풀 코스 뛰세요? (더욱 놀란 듯)
나: 느려서 그렇지 가끔은 참가해서 즐겁게 완주하려고 노력합니다. (미소)
상대방: 그렇구나, 난 사막만 뛰는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듯)
나: 그런데 북경에는 왜 오셨어요? (궁금한 얼굴로)
상대방: 달리기하러 왔죠. (당연한 표정으로)
………(정적)
함께: 하하하… (뻘쭘)

세상의 무슨 일이건 그 일이 발전하려면 뿌리가 탄탄해야 한다.
주변에서 특히나 한 가닥 한다는 사람들은 마라톤의 저변확대, 저변확대를 목구멍의 혈관이 터질 정도로 소리 치지만 행동이 없는 구호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물림이 된다.

마라톤의 꽃은 풀 코스 마라톤이다.
어드벤처레이스, 울트라 마라톤 등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풀 코스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그 속에서 훈련된 양질의 러너들이 배출 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가 되는 하프와 10km, 5km 대회의 보급과 활성, 이벤트가 더욱 필요하다. 더 이상 마라톤을 일회성 행사의 수익 도구로 보지 말고, 달리기 문화를 만드는데 있어 보다 장기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사회와 달림이, 업체 모두가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

10월 14일 (토) 그래, 가지 북경으로…

여행은 사람의 정신세계를 맑게 만들어 준다. 더욱이 스포츠와 함께하는 여행은 몸과 마음을 진정한 수양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믿고 있다.

사실 이번 북경 마라톤 대회는 갑작스런 결정으로 이루어진 도발적인 여행이었다. 지난 7월의 칠레 아타카마 사막 레이스를 끝내고 몸조리 한다는 핑계로 운동은 접고(사실 평상시 운동을 거의 안 하지만…) 영양보충에 혈안이 되었다. 몸무게는 이것 저것 입맛 당기는 대로 먹다 보니 정상일 때보다 7kg이 늘어난 상태라 달린다는 자체가 무리일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그래도 북경의 마사지(?)가 그리웠던지 막차로 대회 신청을 하고 난생 처음으로 여행사 패키지 팀(에스앤비 투어)에 합류를 했다.

2박3일 촉박한 일정의 시작은 아침 7시 30분부터 공항에서 시작되었다. 함께 참가하는 일행들과의 인사, 티켓팅, 탑승 등으로 이어지는 여행의 일정은 아래와 같다.

- 10월 14일(토) 북경출발, 천안문 광장, 자금성 견학, 중국 전통 서커스 관람, 저녁은 유명한 베이징 덕 만찬
- 10월 15일(일) 북경마라톤 참가, 발 마사지, 이화원 견학, 북한식당 옥류관에서의 만찬
- 10월 16일(월) 만리장성, 명 13황제릉 견학, 귀국

어느 하나 버릴게 없는 꽉 차고 알찬 일정이다. 지금까지 북경은 여러 번 가보았기에 생소하지는 않은 동네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한 바퀴 순회하는 일정은 처음이다. 그 동안 가본적이 없는 곳이 포함되어 있기에 더욱 흥미로워진다. 아래는 인상에 남는 몇 곳의 이야기다.

1. 자금성
무식하게 크다. 꼭 먼저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고 방문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청소년기 황제 역을 맡았던 사람이 내 진짜 중국 친구다.

2. 중국 전통 서커스
살아있는 인체의 신비전이다. 예전에 볼 때 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3. 이화원
개인의 욕심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생각난다. 거대하고 아름답게 꾸민 별장이지만 그만큼 민초들의 고생했던 모습이 떠 오른다.

4. 옥류관
북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춤과 노래가 곁들인 공연과 신선한 음식 맛이 별미. 상당히 색다른 체험의 장소이다.

5. 만리장성
달에서도 보인다는 거대 건축물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슬픔의 장소이다. 언젠가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 보고 싶다.

6. 명 13황제릉
한마디로 지하 아방궁이다. 죽어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려던 옛 황제들의 정신세계가 나타난다. 기가 막힌다.

7. 중국 전통 마사지
진정한 중국을 체험하는 기회다. 지금까지 중국에만 가면 마사지 중독에 빠진다. 이번에는 3시간짜리 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역시 다음날 몸의 회복이 빠르다. 강력추천.

10월 15일 (일) 짜이요, 짜이요… 자식들아 배고파…

항상 대회 당일은 사람의 오감을 흥분시킨다.

어제 마사지의 효과인지 잠을 많이 자지를 못했지만 생각보다는 몸이 개운하다. 이 정도의 컨디션이면 사진을 찍으며 완주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대회 출발은 8시. 그래서 아침 시간은 무척이나 분주하다. 6시쯤 일어나 간단한 샤워 후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며 같이 참가한 일행들과 인사와 담소를 나눈다. 호텔 식사는 중식과 양식이 혼합되어서 입맛에 맞춰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나름대로 준비해간 보충식품도 나눠먹으며 레이스 운영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대회 장소까지는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지만 언제나처럼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여 천안문 광장 대회 출발 지점 바로 앞에 내렸다. 낯선 버스가 특별 구역에 정차를 하니 초청 선수들이 도착한지 알고 멀리서 방송 취재진이 달려온다. 하지만 이내 우리의 정체를 파악하고 중간에 발 길을 돌린다. 참나, 그래도 외국 참가자들인데 너무하는거 아냐?

단체사진을 찍는데 한 무리의 프랑스 참가자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난리들이다. 아침부터 술을 처먹었나 상당한 그들의 오버액션에서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국경, 인종을 초월한 만남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광장은 모든 것을 허용하는 종합적인 문화 장소이다. 출발지점인 이곳 천안문 광장은 넓은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이 이뤄진다. 중국의 상징인 이곳 천안문 광장에서 마라톤 출발을 한다. 드디어 광장의 일원으로 나도 환영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했나? 7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우리 일행을 제외하면 주변에서 한국 사람 얼굴 보기가 힘들다. 물론 수 만명 속에서 소수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서로 사진도 찍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인산인해.

출발 게이트부터 저 뒤까지 이어진 사람의 바다는 도대체가 끝이 안 보인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가졌다는 중국답게 어디를 가나 사람의 물결이 넘쳐난다. 대회 참가자가 3~5만명이 된다는 소리가 있는데 바글바글한 사람의 모습이 개미들의 단체 행렬 같이 느껴진다. 앞 무대에서는 날씬한 몸매의 에어로빅 여자 강사가 나와 체조를 시킨다. 그리고 무대 주변에는 잔뜩 흥분한 아저씨 무리들이 게슴치레한 눈 빛으로 몰려있다. 역시다…

스트레칭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대회 시작의 시간이 다가온다. 밀고 당기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터 잡기가 시작됐는데 완전히 통제 불능이다. 중국 사람들이 자기 만족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개념 없는 사람들의 집합소 같다. 교묘한 인해전술 속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맨 첫 줄에 있던 나는 어느새 3번째 그룹으로 밀려서 사진 작업에 많은 어려움이 생겼다.

난장판 속에서 정신 없던 그때, 8시에 먼저 남자부 초청선수들이 출발을 했다. 이어서 출발선에는 여자부 초청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늘씬한 서양 선수의 몸에 손을 뻗는 무수한 남정네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기가 막힌다.

8시 15분 여자 초청 선수와 일반 선수들은 함께 출발을 했다. 탁트인 천안문 광장을 벗어나 자금성 앞을 통과하자니 기분 짱이다. 사진을 찍으려 돌아서니 오성기를 앞세워 폭주 기관차처럼 몰려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치 깔려 죽을 것 같은 무서움이 느껴진다.

북경은 넓은 면적과 바둑판 같이 계획된 도로를 가지고 있다. 도로 폭도 무척이나 넓어 삭막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하지만 일직선으로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주변에 응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이 삭막함을 상쾌함으로 바꿔주는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 서울에서 한 번 뛰려면 욕먹을 각오해야 하는 우리들보다 한가지는 좋아 보였다.

출발은 풀코스, 하프 등의 순서로 출발한다. 하지만 내가 워낙 느린 속도로 달리다 보니 얼마 못 가서 하프 참가자들이 앞서간다. 그리고 나머지 그룹들도 순식간에 앞서간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속도를 내서 달리고 싶지만 운동을 전혀 못한 상태라 무리하면 안 된다. 무조건 참았다.

중국은 아직까지 마라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정착이 안된 상태다. 먼저 이번 대회의 경우 상당수가 동원된 학생들이 많았고, 옷은 둘째치고 신발의 경우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브랜드의 전문 신발을 신고 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많은 이들이 최고급 용품으로 치장한 나 보다 잘 달리기는 했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올바른 용품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중국의 성장세를 봤을 때 신발 포함 러닝 관련 사업을 하려면 중국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넓은 도로를 달리는 우리들 주변으로는 고층 빌딩으로 이어진 인공 숲의 연속이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심지 개조 공사를 벌이는 중국의 놀라운 변신과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모습에 과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달리는 동안 진진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북경, 상해 마라톤의 경우 지금 중국의 변화하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치인들이 한번 달리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초반의 번잡함은 시간이 갈수록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어느덧 주변에 높다란 가로수들이 함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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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유지성님 여행기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발 한발 전진하는 에스앤비투어가 되겠습니다. 이번 북경마라톤대회에 참석하시어 즐겁게 보내셨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고 주위 분들께 "에스앤비투어 잘 하더라" 하고 홍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1월 상해마라톤도 신청해 주셨던데... 감사합니다.

박형석님의 댓글

박형석 작성일

야!!!!!!!!!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는것을 미리 알았다면 나도 풀뛸걸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쨋든지 제일 오래 뛰는사람이 본전 왕창 빼는거고 고생은 따따블로 하는게 마라톤이니까.......

언제한번은 꼭 사하라를 달리고 싶다.........

남극마라톤 꼭 완주 하셔서 그랜드 슬램 꼭 달성하세요. 홧띠~~~~~~~~~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