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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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회 베를린 마라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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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정희 댓글 5건 조회 59,667회 작성일 06-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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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스앤비 투어를 통해 베를린에 다녀온 장정희입니다.
4명이라는 아주 작은 인원의 출발이였는데
오히려 저희가 미안함을 느낄만큼 많은 정성을 받았네요.
함께하신 박충차님,안정자님,정인승님 너무 행복한 동행이였구요,
양찬우 이사님 넘 수고하셨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을 저는 아주 믿고 확신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귀사의 발전도 무궁하리라 믿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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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라 하기엔 좀 뭣하지만
내 인생의 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에 흔적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우연찮게 시작한 마라톤의 문외한이
보스톤을 시작으로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를 참가하고 싶은 욕심에
두번째로 베를린을 다녀왔습니다.
런던과 뉴욕까지도 다녀와야겠다 싶은 생각을 하니
왜 그리도 세월의 흐름이 급하게 느껴지는지...

특별한 목표가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더 나이 들기 전에
육신과 내 마음이 함께 평행선을 이루고 있을 때
차근히 오직` 내 나름의 목표를 이루자` 였다.

많이 남은 세월 같지만 어느 순간을 기약할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가끔은 조급한 맘도 생기고...
내 방식만을 고집한 것 같아 옆지기에겐 미안함이 없진 않지만
그 대신 평상시 최선을 다한다는 나름의 설득을 하니 통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기회에 가족들한테 감사하다는!!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며칠을 위한 여행의 준비과정이
더 설레이고 화려한 불꽃이지 않나 싶다.

9월 22일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했다.
모스크바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그곳의 자정이다.(우리나라 아침 7시)
호텔 도착해서 짐 풀고 잠자리 드니 새벽2시
토요일 오전 10시 Breakfast Run (일종의 Fun Run)을 위해 4시간 자고
8시 30분쯤 행사장에 도착하니 인산인해다.
자세히 보니 주변 유럽국가들의(105개국 참가) 다양한 의상과 활달한 행동들이
참가한 선수들의 묶여진 마음을 다 풀어헤친다.
누구나 함께 손잡고 사진 찍고 깔깔거리고 항상 만나던 친구들처럼 서로에게 친절이다.
절약이 몸에 밴 독일인들이지만 이 날만큼은 뭐든 풍성하다.
또 하나의 장관은 한 움큼씩 나누어 주던 하얀색 풍선을
출발할 때 그대로 손에서 놔 주는거다.
하늘이 온통 빈틈없이 하얀색이다.

출발 총성이 울렸지만 아무도 서두르는 사람없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같이 간 일행끼리 서로 공통적으로 느끼며 하는 얘기
`그래 바로 이게 아마추어의 달리기다`
옆사람과 서로 사는 얘기하며 여유를 부리며 즐기는 달리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물론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런 바램을 하리라..

샤르텐부르크궁전을 출발해서 6km를 40분정도 뛰고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우리와 다른 질감 좋게 느껴지는 파란색의 우레탄 트렉을 밟으며 한 바퀴 돌고
가장 위치 좋은 성화대옆 벽에 새겨진 역대 우승자들의 국가와 이름을 발견하고
(5000m,10000m포함)
손기정님의 이름을 찾고서 반갑기도 했지만 얼마나 허탈하든지...
`JAPAN` 이라고 역력히 새겨져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누군가 불만의 흔적처럼 하얗게 지운 자국이 보인다.
과거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가슴 아프게 지나간다.
그나마 우리의 성씨 `SON`이라고 선명히 새겨져 있어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즐비하게 늘어진 과일,빵,음료수를 마음껏 먹고 엑스포장으로 칩과 배번을 받으러 갔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줄이 너무 길다.
그것도 그냥 주는게 아니라 31유로를 주고 사야 된단다.
대신 반납할 때 25유로를 돌려준다고 한다.
그러면 칩 사용료가 6유로인데 우리 돈으로 치면 7300원 정도다.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없이 30분 이상을 기다려 교환권만 받는다.
또 교환권으로 칩을 받아야 된단다.
기념티도 사야 되고 finish 티도 사야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1시간이 넘는다.
공짜는 아무 것도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한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아마 난리가 아니리라...
배번과 칩을 받고 배번 봉지를 보니 달랑 양말 한 켤레,손목 띠, 안내책자와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우리나라 인심은 비교가 안된다.
대회 한 번 치르고 나면 엄청난 흑자를 내리라는 예상이 된다.

또 다른 행사는 토요일 오후 인라인스케이트 대회가 도심 한복판에서 있는데
이틀에 걸친 행사지만 아무도 불평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주 있는 행사가 아니라서겠지만 보스톤과, 이곳에서의 똑같은 느낌은
그들의 여유로운 이해심이지 않나 싶다.
선진문화의 한 단면을 보고서도 참 많은 부러움을 느꼈다.

대회 일인 9월 24일
밥이 없기에 호텔에서 바나나와 빵을 든든히 먹고
차로 대회장까지 진입할 수 없어 1km 이상을 걸어 대회장에 도착하니 와!!!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이 많다.
물어 보니 신청한 인원이 37000명이 넘는단다.
아무도 서두르는 사람은 없는데 기절할 광경을 목격했다.
화장실 앞에 줄이 너무 길어 우선 가방이라도 맡길 요량으로 내 배번번호판 차를 찾는데
세상에!! 남,녀 구별없이 나무밑이나 벽, 앞에 사람들이 지나는 울타리
아무데서나 가림도 없이 실례를 하고 있지 않은가?
히프를 홀랑 보인 여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씩 웃는다.
순간 갈등이 생긴다.
나도 저 여자 옆에서 실례를 해 말어,사실 급하긴 급한데..
분명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는데..(다음은 상상만~~)

인원이 많으니 기록별로 구역이 나눠져 있지만 보스톤처럼 엄격하지는 않는다.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하고, 소리 지르고, 박수 치고, 무질서한 듯 하지만
그들의 질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젊은 연인이나 부부들의 생경스러운 모습은
무슨 전쟁 나가는 사람을 보내는 것처럼 안고 키스하고 나중에는 눈물을 줄줄 흐른다.
헤어지면서도 울더니 골인해서도 몇 년만에 만난 사람처럼 또 운다.
이런 모습을 공항에서도 목격했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독일사람들인데 이런 모습에서
정이 넘치는 또 다른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힘찬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출발했다.
시작부터 달림이도 많지만 양길 옆의 응원하는 시민들의 호응도 너무 대단하다.
작년 보스톤대회 때 길거리 응원과 주변의 모습을 덜 담아 온 아쉬움이 있어
이번만은 충분히 만끽하리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주변도 두리번거려 보고
사람들과 미소도, 눈도 찡긋해 보며 여유를 부려본다.
10km 못미처에 `SAM SUNG` 이라는 길 전체를 차지한 아치가 눈에 들어 오는데
왜 그리도 기분이 우쭐해지든지...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저 아치의 광고판이 바로 우리나라 회사라고`
13km쯤 가니 길거리 악단이 응원을 한다.
아무 생각없이 악단들을 세었는데 골인할 때까지 55개를 세었다.
물론 꼬마들이나 주민들이 동원한 호르라기, 템버린,냄비끼리의 부딪침은 제외다.

14km쯤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모자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검정으로 치장 하고
섹스폰을 부는데 너무 강렬하게 가슴 깊이까지 파고든다.
순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스친다.
언제까지 뛸 수 있으려나 하는 두려움이 항상 나의 화두였는데
아! 맞아 좋아하는 악기 하나 제대로 배워
대회마다 길거리 응원을 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미치니
왜 그리도 발걸음이 가볍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신이 나든지...
(실천에 옮길지는...)

15km쯤 어디선가 바이올린 연주가 신선하게 들려온다.(비발디 사계)
위를 쳐다 보니 아파트 4층 베란다에서 어느 여자 분이 정말 근사하게 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전혀 느끼지 못한 그들의 여유로운 정서에
삭막하게 달리기만 하던 우리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자그마한 재즈바 앞에선 그곳의 가수인 듯한 여자가 마이크를 잡고
열성적으로 부르는 넉넉한 배려가 너무 부러웠다.(콘트라베이스, 드럼,전자기타 연주에 맞춰)
(사실 외우려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습니다.)
가장 많이 동원되는 악기가 드럼인데 남자 홀로 연주해도 넘 멋있다.
연주하는 모습들은 뛰는 달림이들에겐 지루하지 않게 하는 가장 잊지 못할 광경들이다.
여유를 가져서인지 화장실을 가고 싶어 두리번거리니 도로가에 간이 화장실도 자주 눈에 띄고..

또 다른 그들의 주로(走路)연출은
정확한1km표시와 5km마다 체크매트가 깔려 있고
하프지점에는 풍선아치를 설치해 통과하는 달림이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해 준다.
거의 2.5km 마다 식수,차,게토레이 비슷한 것들을 아주 줄이 길게
한참을 뛰어도 먹을 수 있게 놓는다든지
주민이나 군인들이 가능하면 물컵을 손에 쥐어 주려 애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32km지점에 오니 무대를 큼직하게 설치하고 족히 50~60명을 넘는 듯한 학생들이
그야말로 신나게 발이 절로 갈 수 있도록 연주하고 있다.
아마 마의 장벽인 32km지점을 쉽게 통과하도록 하는 그들의 깊은 배려이지 않나 싶다.
길거리 응원단도 가장 많이 모였지 싶고~~

응원하는 시민은 많은데 표정이 무뚝뚝한 사람들이 많았고
아무도 먹거리나 (연주 빼고)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 보스톤의 시민들과 조금 달랐다.
물론 온몸으로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인구 350만명중 100만명이 넘게 응원을 했다고 한다.

여유를 가진다 하지만 그래도 full인데 35km쯤 오니 시차와 여행여독이 몰려온다.
다리도 풀리고 몸에 힘은 빠진듯 하고, 어떡하나 싶지만
그 때부터는 `정신력이다` 라는 마인드 컨트롤~~~
길 가장자리는 아예 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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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양찬우님의 댓글

양찬우 작성일

안녕하세요.. 장정희 님

여독은 다 풀리셨는지요... 항상 재미있는 말솜씨로 저희 팀을 즐겁게 해주시고 또 이것저것 다 챙겨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라톤여행은 장정희님과 함께라면 항상 즐거우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여 기대에 부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생생한 베를린 마라톤 참가기 감사합니다.

전 마라톤파티 참가후 해프닝은 잊지 못할거에요... ^^

장정희님 핫~ 팅 ~ ^^

이인효님의 댓글

이인효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다녀온 느낌입니다. 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직하게 잘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권은현님의 댓글

권은현 작성일

안녕하세요. 제가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한 것같은 착각에 약 5분간 빠졌네요.. 어쩜 그리 글 솜씨가 좋으세요? ^^사진으로 보니까 대단했더라고요!!

특히 끝까지 완주하신 장정희선생님 멋지십니다. 브라보~~

앞으로도 에스앤비투어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추석잘 보내세요.

정인승님의 댓글

정인승 작성일

안녕하세요 장정희님, 참가기를 보고나니 다시 한 번 완주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 여행, 한가족 처럼 오붓하고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세계 메이저 대회도 에스엔비 투어를 통해 함께 참가합시다. 저는 1년에 한 번씩 참가할 수 있으니 앞으로 3개 대회는 더 참가할 수 있습니다. 장정희님, 화이팅!

정희진님의 댓글

정희진 작성일

장정희님

스처가다가 한말슴 붙힘니다  늦게나마  시카고에서.....

조목 조목그현장에 느낌을 너무나도 잘표현해 주셔서 저도언젠가는

가고싶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