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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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마라톤 참가 후기-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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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진 댓글 4건 조회 41,717회 작성일 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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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보스턴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피니쉬라인이 더 멀리 있었으면 하는 것도 처음이었으니
끝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기록에 대하여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왔느냐고 의아해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바로 나의 후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일행중에, 기록을 위하여 무진장 투지를 불사르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 때문에 난 기록이냐 펀런이냐를 놓고 고민 많이 하게 된다.
지금 뒤적이다 보니 그때 쓴 나의 일기에 이런 글이 눈에 띈다.

"긴장감이 감돈다. 나도 긴장해야 하나?
아니 완주도 못하는 사태는 설마 생기지 않겠지? "

비행기 2시간+13시간+2시간을 타고 도착하였고
시차 적응도 안된 상태이며
무엇보다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더 힘든 건 배변...
하여간 최악의 컨디션이었으나
그날 날씨는 최상이었으니
더욱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오버페이스는 예견되어 있었다.

뉴욕을 떠나 보스턴에 접근하면서
코스 설명도에서 봤던 지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Natick, Flangton, Newton...
드디어 보스턴 시내 도착하니
우리들은 눈이 휘둥글해져 거리를 내려다 본다.
고풍스런 집들과 자목련 만발한 거리들...

다음날 아침(대회 전날) 7시에 friendship Running 행사장에 도착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거의 초겨울 날씨 흡사하다.
두겹세겹을 껴입고 기념티까지 입고 4킬로를 달려본다.
뛰다보니 당연히 더워진다.

카메라 들고 뛰며 기념촬영도 하는데
풀코스를 카메라 들고 뛰기로 한 당초 계획을 수정하기로 한다.
너무 무겁다.

다음 일정은, 엑스포장으로 가서 배번수령하고, 그리고 쇼핑하고,
점심먹고나서 Havard대학, MIT대학 방문하는 것.
빡빡하다. 저녁이 되니 파김치가 되었다.
노란코, 노란가래가 계속 나온다. 지독한 감기다.

배번 수령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보통 택배로 배달되어온 배번을 뜯어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대회 기념품이며 용품도 사고 선물할 것 챙기니 시간이 부족하다.

하바드대학과 MIT대학이 5분정도 거리에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고
그런 점에서 보스턴에 대한 이해의 폭도 깊어진다.

호텔로 들어와 유니폼에 배번 다는데
1시간도 부족하다.
뭘 입고 뛰어야 하는지 여러번 고민하다 그냥 씽글렛 경기복으로 정했다.
"Citibank" "한국씨티은행 마라톤" 가위로 자르고 다리미질하고...
정말 정성을 다해 배번을 가슴에 붙였으니...

대회 당일, 기상!!!
식사는 찰밥을 특별히 준비했다는데 영 땅기지 않는다.
빵조각 몇개 먹고 과일도 먹었는데
그래도 찰밥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다. (최진영님 조언)
뱃속은 여전히 불편.

출발지는 시외곽, Hopkinton이란 데인데 차로 한참을 가야한다.
가는 길에 노란색 schoolbus가 많이 보인다.
보스턴 전체 Schoolbus를 총동원했는지 거의 줄지어 간다.
물론 그 안에 어른들을 빼곡이 채워서 이동.

드디어 대회장 도착. 우리는 완전히 촌놈 같다는 느낌.
어디로 가야할지 가이드 도움없이는 출발지에도 못갈 것 같았다.
잔디밭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얼마나 쌀쌀한지 맨바닥에 그냥 앉을 수가 없다.
주변을 살펴보니 매트를 가져와 깔고 누워있는 사람들
담요를 갖고 온 사람들이 참으로 여유롭게들 쉬고 있다.

월요일에 대회를 개최한다는 게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으나
그날이 애국자의 날이라고 매사추세스 주에만 있는 공휴일이라면 이해가 간다.정오12시에 출발하는 것도 그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이동시간이며, 일교차가 심한 날씨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데 아까 그 누워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일어나 엄숙하게 성조기에 경례를 하며 의식을 치룬다. 미국 국가를 다시 또 듣게 되는데 이번에는 출발 직전이다. 그때는 전투기가 때맞춰 저공비행하면서 날아가는 연출까지 곁들이고..미국 독립의 기치를 들었던 보스턴 시민들의 자긍심이 마라톤 대회로 승화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예상 기온은 영상 10도 정도라는데 정말 수년내 이런 날이 없었던 최고의 날씨다.약간 흐리고 바람도 약간 분다.

출발선은 1천번 단위로 구분되어 있고 거기에는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해당 번호만 입장시켜준다.

출발!!!
우르르 몰려나가는데 내리막이다. 함성 소리가 얼마나 큰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차현석 부지점장과 함께 달린다.
속도 늦춰! 속도 늦춰! 오버페이스야~
조금 달려나갔는데 마일로 표시되어 있고 그래도 대략 8분15초 정도로 나간다. 예상보다 빠르다. 목표는 킬로당 5분15초 정도로 3시간40분 정도 달릴 생각이다.내리막이 끝나고 이번에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코스 고저도와는 다르게 언덕이 의외로 많다.
하여간 그냥 평지 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달리기에는 좋다.

그사이에 오영제 부회장이 우리를 앞질러 간다. 화이팅 외치고...
우리 둘은 계속 달려나가는데 내가 속이 안좋다.
혼자가 된다. 화장실로 직행.

화장실안에서 앉아 밖에서 계속 외쳐대는 응원소리를 듣게 된다.
"Looking good", "Go 아무개 go".... 하여간
그 3분여 동안 계속 외쳐대는 응원소리가 지치지도 않을까 싶도록 계속 외쳐댄다.

나는 그 아무개라고 불려주는 곳에 "Citibank"가 들어가 있어
누구나 나를 보면 "Citibank"를 수도 없이 불러준다.
아마 풀코스 내내 수천번은 더 많이 들었고, 그만큼 Citibank를 홍보하며 달린 것같다. Citibank가 그들에게 그만큼 더 익숙한 것도 있고 회사 이름 달고 뛰는 사람도 드물어 더욱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우리 셋이서 모두 그런 말을 하니 우리가 거둔 홍보 효과는 과연 얼마나 컸을까 생각이 든다.

하여간 응원나온 시민들에게 일일이 답을 해주고,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내밀고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가까이 다가가 달리며 하이파이브도 해주고....그냥 지나치기가 너무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성스럽게 응원하는 것이 아닌가? 오렌지 조각을 들고 서있는 꼬마 어린이는 많은 주자들이 그냥 지나쳐서 그런지 울려고 하고 그걸 본 그 꼬마의 할머니가 달래고 있는 걸 보니 달리다 되돌아와서 그 오렌지 받아서 먹고 가기도 하였다. 가슴 찡함을 느낀다.

그들도 즐긴다. 바베큐 구워놓고 먹고 가라고 하기도 하고, 보스턴 RedSox와 시애틀 야구 경기 득점판을 만들어놓고 그걸 흔들어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사내아이는 서투른 클라이넷으로 연주해주기도 하고, 동네 악단은 우리네 농악대처럼 신나게 연주하기도 하고, 휴지를 들고 나와 땀닦으라고 권하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사탕이며 물이며 오렌지 조각 그런 것들을 들고 서있고, 심지어는 맥주 마시라고 외치기도 한다.

바셀린은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발라 들고 서있는데 아마 그건 위생상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주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냥 아이스크림인지 알고 먹었다는 우스운 얘기도 들었다. 물이나 게토레이 나눠주는 공식 음료대에서는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대부분 나이 든 중년 남녀)이 일회용 플라스틱 장갑을 끼고 나눠줘 위생상 배려도 많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웨슬리 여자대학이 가까왔다는 것은 하프까지 거리표지판을 보지 않고서도 알 수가 있었다. 그 열광스런 응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일줄은 몰랐다. 예쁜 여대생들의 함성을 들으며 하이파이브 하면서 달리는 맛, 나중에는 귀가 다 멍멍해짐이 느껴졌다. 오른쪽 팔이 다 마비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촌놈 출세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떤 주자들은 거기서 "kiss me"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예쁜 여대생과 키스도 하고 왔다는데 내겐 그게 안보여 그냥 지나쳤는데.... ㅎㅎ

하프 지나고 나서 다시 화장실.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다 해본다. 그렇게 화장실을 세번을 다녀왔으니 참으로 컨디션을 바닥이었어도 참으로 신나게 달렸다. 달리다가 우리나라 태극기를 보면 가서 열광하며 "대한민국~"한번씩 외쳐주고, 앞에 먼저 달리며 오버페이스하여 힘들어하는 우리나라 주자들을 보면 다가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화이팅 외쳐주고....


그러다가 유성룡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카메라를 들고 뛰는데 날 찍어주신다.
나도 그분을 위해 앞으로 뛰어나가 달리는 모습을 찍어드리고 동반주한다. 조금 가파른 언덕을 지나면서 이게 Heartbreak 언덕이냐고 물어가며 그렇게 몇구비 언덕을 넘었는데 그게 바로 그 유명한 Heartbreak 언덕이었다. 동반주하느라 그냥 가볍게 올라갔다.

달리다가 동네 어린이들과 포즈도 취하는데, 처음에는 서너명 밖에 안되었는데 카메라 찍으러 펄썩 주저 앉고 보니 그 동네 어린이들 다 모여들어 한 스무명 정도는 되어 보인다. 그러다 이번에는 응원하는 미녀들과 기념 촬영도 하고 ... ㅎㅎㅎ

길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일행한분이 보인다. (아마 구본용님)
이분은 쥐가 나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있는 것이었다. 다리를 세워 종아리 근육을 당겨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부축하며 같이 가자고 했더니 한사코 우리더러 먼저 가라고 자꾸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우리는 그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그옆으로 여자 경찰이 다가와 자기가 take care한다고 한다. (그분은 완주 후에 다시 만났다. 완주 파티에서 나에게 고맙다고 소주한잔을 권했다.)

의료체계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곳에 응급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배번에도 POS가 되어있어 그것으로 관리하게끔 되어 있었다. 미국다운 발상이며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부럽기도 하였다.

35킬로 정도 지나면서 갈증이 느껴진다. 속이 안좋아 계속 물을 거르고 왔더니 이런일이 다 생긴다. 물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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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방태곤님의 댓글

방태곤 작성일

시티뱅 김대진님 보스톤여행기 정말멋집니다.다음에기회가된다면 주로에서 신나게 달려봅시더.잼나는 하루되세요.

최진영님의 댓글

최진영 작성일

이글을 읽으니까 그때의 감동이 밀려오네요.

보스톤 마라톤의 진미의 제대로 체험하고 오신것 같네요.

넘 부러워요.

담에 조은 대회에 함께 즐기면서 달려요.

항상 건주하세요^^

류성룡님의 댓글

류성룡 작성일

지금도 그때만생각하면 가슴과 머리가찡해옴니다 저는 뒤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한국주자들 많이 만나는데 한결같이 오버페이스한것같더나구여 그러나 김대진시를 만나 즐거운 달리기가 되었습니다.언제만나 소주한잔합시다. 혹시 이번5월14일 충주대회에는 누가오시는지 ....

박채환님의 댓글

박채환 작성일

보스톤은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추억을 주었읍니다.영원히 간직하고 싶슴니다. 14일 충주 풀에 참가합니다.류성룡님을 주로에서

뵐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