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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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발상지 아테네에서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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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병준 댓글 0건 조회 10,200회 작성일 1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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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발상지에서 꿈을 이루다


 


양산마라톤 고문 황 병 준


6년 전부터 양산마라톤 클럽에서 해외 마라톤 투어를 하면서 가장 뛰어보고 싶었던 대회!

1896년 근대 올림픽 발상지이자 마라톤의 탄생지, 신들의 나라 그리스에서 펼쳐지는 아테네 국제마라톤대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모든 스포츠 가운데 그 어떤 몸싸움도 속임수도 통하지 않는 가장 정직하고 신사적인 운동인 마라톤이 처참한 전쟁으로 인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490년에 페르시아군과 아테네군의 전투에서 전쟁터 마라톤평원에서 아테네까지 약 40Km를 뛰어가 아테네의 승전 소식을 전하고 죽은 전령 페이디피데스를 기리는 뜻에서 1896년에 올림픽에 채택된 육상 경기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패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라톤 전투에서 패한 페르시아의 후예국인 이란은 마라톤을 금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마라톤 매니아들 대부분이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가장 원하지만, 나는 보스톤 대회보다 마라톤 발상지에서 마라톤 평원을 뛰어보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다. 거리상으로 워낙 멀고 10일 정도의 긴 일정과 꽤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관계로 3년 전부터 몇몇 뜻있는 회원들과 준비를 하여 마침내 꿈에 그리던 그리스로 향했다.

11월 6일 4시 20분 울산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다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S&B 조부장과 목동마라톤 회원 8명, 개인으로 출발하는 2명과 함께 자정이 되어서야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11시간의 장거리 비행으로 녹초가 된 몸을 잠시 쉬었다가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그리스 아테네로 향했다.

다음날 오전 9시가 조금 지나 꿈의 무대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하였다. 배번 수령을 위하여 아테네 마라톤 Expo가 열리고 있는 꽤 웅장하고 멋진 실내 체육관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이곳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 여자 핸드볼 팀이 세계 최강 덴마크를 맞아 연장, 재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으나 분루를 삼켰던 곳이란다. 당시 세계 언론들이 이 게임을 올림픽 최고의 경기로 꼽았고, 영화 ‘우생순’의 실제 무대가 된 곳이다. 설명을 듣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 선수들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Expo장 내부는 물품 수령을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배번을 수령하고 각 부스들이 있는 곳을 굽이굽이 돌아 기념품을 수령했다. 아마도 각 부스들의 물건을 팔기 위해 일부러 기념품 수령 장소를 맨 끝에 배치한 것 같았다. 외국 단체 팀에게는 대표자가 수령하도록 하면 덜 붐비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베를린 마라톤 Expo장도 여기와 같아서 물품을 수령하는데 매우 붐볐던 기억이 난다. 베를린 마라톤에 비해 각 부스들의 규모나 진열 물품들이 초라하다. 기념으로 바람막이를 하나 살까 돌아봐도 파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Expo장을 나와 점심 식사를 하고 아테네의 휴양지 에기나 섬으로 가는 웅장한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쓰레기 하나없이 깨끗한 거울같이 맑은 에기나 섬을 둘러보면서 그리스 사람들의 자연보호 의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에기나의 아름다운 경치 감상을 뒤로 하고 아테네로 귀환하여 내일 골인할 운동장과 만날 장소를 차창 너머로 보고 익혀 놓고 내일의 대장정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대회당일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1시 30분이다. 다시 잠을 청하여 겨우 한숨 더 자고 깬 시간이 4시다. 시차와 오늘 뛸 마라톤에 대한 걱정으로 잠이 더 오지 않을 것 같아 무릎과 발바닥에 테이핑을 하고 준비물을 챙겼다.

6시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점 마라톤평원을 향하여 풀코스 주자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거리에는 벌써 마라톤 준비로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통제된 도로를 겨우 통과하여 마라톤 코스를 역으로 달린다. 군데군데 거리 표지판이 걸려 있는데 임시로 길가에 설치한 표지판과는 사뭇 다르게 가로등처럼 길가 높이 달아 놓았는데 그것도 달리는 주자가 볼 때 거꾸로 달아놓은 것이 신기했다.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자 긴 내리막이 펼쳐진다. 풀코스를 45회 정도 뛰었지만 주로가 이렇게 긴 내리막으로 된 곳은 처음이다. 경사도 장난이 아니다. 출발점으로 가는 차에서 볼 때 내리막이니 뛸 때는 전부 오르막이다. 한숨이 절로 나오며 걱정이 태산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든 코스 중의 하나로 기록이 저조하여 우수한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대회인데, 올림픽 때에는 많은 선수들이 기권을 한 악명 높은 대회라는 말이 실감난다.

코스는 도시 외곽에 있는 출발지인 마라톤 평원의 마라톤 스타디움에서 중심지인 아테네의 파나시나이콘 스타디움에 골인하도록 만들어졌다. 원조 마라톤으로 근대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골인 지점 또한 아테네 근대 올림픽경기장으로 고대 경기장을 그대로 복원한 역사적 장소이다. 8시쯤 대회장 근처에 도착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참가자들의 무리에 합류하여 마라톤 평원에 위치한 마라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마을과 떨어진 외딴 곳에 덩그러니 위치한 육상경기장이 대회장이었는데 스타디움이 너무나 초라하다. 잔디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안가는 운동장 바닥과 낮고 엉성한 스텐드가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대회규모는 세계 메이저대회에 비하면 아담한 수준이지만 풀코스 참가자 1만7000명 정도가 운집하니 제법 북적거린다. 날씨는 약간 쌀쌀한 정도로 뛰기에 적당할 것 같다.

출발은 운동장 옆의 공터로 출발시간이 임박해 우리가 배정받은 8block으로 찾아 들어갔다. 각 그룹 사이엔 자원 봉사자들을 배치하여 철저하게 구분을 해놓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서 9시가 되자 1block부터 서서히 출발했다. 이번 대회에서의 전략은 최악의 난코스와 마라톤 후 강행군의 관광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안하여 천천히 뛰면서 눈요기를 하는 즐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9시 24분 드디어 우리 그룹이 출발했다. 약간 쌀쌀했던 날씨는 시간이 지나자 강한 햇살로 더워지기 시작하여 얼마 가지 않아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오늘 난코스에다 더위에 고생 좀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햇볕이 강하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첫 5km까지는 약간 내리막이며 평지가 이어지는 비교적 쉬운 구간으로 메인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마라톤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무덤을 지나는 순환코스다.

5Km 지점에서 급수를 하고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중국 청도 마라톤 클럽 아가씨와 반가운 인사도 나누면서 즐겁게 달린다. 서양인들 틈바구니에서 중국인들을 만나니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날씨는 좀 덥지만 아직은 평지여서 주위 경치도 감상하면서 뛰는데 시골이라서 그런지 집도 띄엄띄엄 있고 좌우의 산들에는 키가 작은 올리브 나무와 바위뿐인데 무척 척박해 보인다. 숲이 우거지지 못한 것을 보니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모양이다.

10Km를 지나자 은근한 오르막의 시작이다. ‘이제부터 고행의 시작이다’ 라고 나 자신에게 주입하여 마음을 다잡고, 속도를 줄이며 오르막과 싸움을 시작한다. 15Km까지 긴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표고차가 40m나 되는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린다. 점점 언덕이 버거워진다. 15Km지점에서 급수를 하고 스폰지로 얼굴을 닦고 숨을 고르니 좀 살 것 같다. 다행히 약 2Km정도의 내리막을 만나니 정말 반갑다. 내리막이 끝나니 이번에는 끝도 없는 오르막이 기다린다.

20Km가 지나자 표고차 100m의 가장 힘든 오르막 코스가 25Km까지 이어져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할 수 없이 급수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200m 정도를 걷는다. 오르막과 더위로 급수대마다 마시고 보니 배가 출렁거린다. 아침에 버스 속에서 본 도로 경사와 달리면서 체감하는 경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훨씬 더 가파르고 더 길다. 앞으로 32Km까지 오르막이니 이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잠깐잠깐 워크 브레이크를 할 생각이다.

30Km까지 역시 계속되는 오르막인데 그래도 중간에 몇 군데 약간의 평탄한 곳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고, 워크브레이크를 한 탓인지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32Km까지 오르막이 이어지다 드디어 표고차 200m 정점을 찍고 내리막이 시작된다. 오르막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리막을 만나니 저절로 가는 느낌이다. 속도를 좀 내 봐도 전혀 무리가 없이 즐겁게 수많은 사람들을 추월해 나아간다.

시내가 가까워지자 많은 아테네 시민들이 열렬히 응원을 한다. 완전히 축제의 분위기다. 2년 전 베를린 마라톤에서 느꼈던 그런 분위기다. 우리도 서양의 적극적인 응원문화를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심지어 자원봉사를 하는 부모를 따라서 급수대에서 물병을 주자들에게 건네주며 목청껏 응원하는 초등학생 쯤 되는 어린이들과 고사리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

드디어 몇 개의 광고 아치를 지나 말굽모양의 파나시나이콘 스타디움에 골인!
그토록 염원하던 아테네 마라톤 완주!
골인지점 아치를 통과하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오래된 숙제를 해결한 홀가분한 기분이다.
“진정한 마라톤 우승은 이곳에서 해야 한다.” 는 이봉주 선수의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회 개요>
대회일시: 2015년 11월 8일 09시
대회코스: 마라톤평원의 마라톤 스타디움 출발, 아테네의 파나시나이콘 스타디움 골인
10Km부터 32Km까지 오르막으로 최고 표고차 200m의 난코스
참가인원: 풀코스 약 17,000명
대회등록비: 풀 134,000원
기록측정: 5Km마다 시간 측정(1회용 칩)
거리표시: 1Km마다 가로등처럼 높고 크게 표시.
급수: 2.5Km마다 급수, 5Km마다 스폰지와 간이 화장실
특징: 깔끔한 대회진행, 친절하고 적극적인 자원봉사자들의 태도, 아테네 시민들의 열 렬한 응원, 식수가 귀한 나라에서 생수를 병째로 공급하여 물 낭비가 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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