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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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마라톤 1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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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승진 댓글 3건 조회 29,459회 작성일 06-12-01 00:00

본문

늦가을이 숨가쁘게 지나가고 있다

때로는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하였지만
마라톤을 시작하고부터는
계절의 변화에 침묵하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흐르는 물처럼 살고자 하였다

지난 가을은 너무 분주했다
아니 오히려 분주함을 만들어서 즐겼다
주중에는 잦은 출장으로,
주말에는 2달 보름간 3번의 설악산 산행과
4번의 마라톤 대회 참가.

이쯤되면 현실도피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데
오히려 술도 덜 마시고 건강해졌다며
애써 불만을 참고 이해해주는 와이프가 고맙다.
미안한 마음에 자제를 하려고 해도 어떡하랴 !

산을 갔다 오면
다음 일주일이 즐거워지고
아침에 조깅을 하고 나면
하루가 상쾌해지는 것을!

일주일전 설악산 대청봉에서 백담사 계곡 길을 따라
앙상한 나무 가지만 남아
쓸쓸함이 감도는 고즈넉한 길고 긴 길을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걸었다

잠시 봉정암에 들러
숙연한 분위기에 사찰을 거닐어 본다

평온해 보이고 인자한 스님의 모습에서
저절로 존경심이 느껴진다

세속에 찌들은 나는 언제쯤
스님들처럼 온화한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까?
잠시 고민에 빠져 본다

건강을 지키려 시작한 마라톤이
처음의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서면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이어서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마라톤의 오묘함과 매력이란
처음에는 기록을 의식하지만
결국 좋은 코스와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찾게 하고
더불어 즐기는 마라톤으로 점점 가는 것이
올바른 순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올해도
삼천포 노을, 경주 벚꽃 등
코스가 아름답고 정취를 느끼며 즐런을 할 수 있는
지방대회를 몇 군데 갔다 오고
봄, 가을로 풀코스를 뛰어
보잘것 없지만 풀코스 통산 9회를 돌파하였다

금년 안에 풀코스 10회 달성을 목표로
어떤 대회로 할 까 고민하다가
지인의 권유로 S&B 마라톤 전문 여행사를 통하여 상해 마라톤을 신청한다

2박3일로 주말을 끼고 하루 휴가만 내면
다녀 올 수 있는 부담없는 짧은 일정이고
코스가 상해 시내를 일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출장으로 상해에 가서 잠시 지나친
상해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 주는 외탄의
빛 바랜 유럽풍 건물과 남경로의 화려함을
다시 보고 싶었다

출발 하루전
금요일 저녁 지방출장에서 올라와


마라톤 투어 준비를 한다

상해의 날씨는 서울보다 따뜻하다지만
일기예보는 잔뜩 흐리고 비가 온다는데
혹시 모를 불규칙한 기온의 변화와 비를 대비해서
두터운 옷과 우산, 밸런스 테이프도 챙겨 놓는다

소문에 의하면 주로에서 물 이외에는 먹을 것이 없다는데
대용할 파워젤을 못 구해 한편으론 아쉽지만
현지에서 물색해 보기로 하고
기타 빠진게 없나 이것 저것 챙기니 여행용 가방이 가득 찬다
내일을 위하여 일찍 취침

출발일 일찍 기상하여
인천공항으로 이동 후

마라톤 투어에 동행하기로 한 일행들과의 약속장소로 가니
벌써 여러 분이 모여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서로가 구면인 듯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물어 본다

잠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보니
금차 상해 마라톤 투어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번의 해외 마라톤 참가 경험이 있는 마라톤 매니아로
나름대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번 마라톤 투어는 배울 것도 많고
공통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상해 포동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좌석에서
옆자리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미모의 여자분은
해외 마라톤 여행을 하며 마라톤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사진과 더불어 화려한 수기로 전하는 마라토너들 사이에 유명한
대구에서 올라온 "이쁜 마라토너 이경희씨!"

우연히 나도 이 경희씨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짧은 기간 동안 유럽의 열광적인 마라톤 분위기와
이국의 정취를 실감있게 사진과 더불어
생동감 있는 수기를 읽어 보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요즘도 일년에 2회 정도는 해외 마라톤을 뛰며
그들의 마라톤 문화와 정취에 흠뻑 빠져 든다고 하는데
그 여유와 열정이 부러워진다

1시간 30분의 짧은 비행후
포동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밟고 나와 보니
잿빛 하늘에 우중충한게 잔뜩 흐려있다

일년중 반 정도의 날씨가 이렇게 흐려있다니
사계절이 뚜렷하고 언제든 화사한 햇볕을 볼 수 있는 우리 나라는
분명 축복 받은 땅이리라!

중국의 2,000년 역사를 보려면 서안을 가고
1,000년 역사를 보려면 북경을 가고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해의 외탄을 가고
10년의 역사를 보려면 상해의 포동을 가보라는 말이 있는데

상해는 발전하는 중국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
급격한 변화의 모습이 표면적으로 나타나 있지만
정리되지 못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처럼
질서와 혼돈이 뒤섞인 듯 하다

시내로 들어와
먼저 암울했던 일제시절
머나먼 이국땅에서 임시청사로 쓰였던
초라한 상해임시정부청사를 둘러보고
잠시나마 어려운 환경속에서 조국을 위해 싸웠던
애국지사들의 충혼을 생각해 본다
홍구공원도 잠시 들러보고
부담없이 한정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내일의 결전을 위하여 인근 서울리아 호텔에
일찍 여장을 푼다

같이 방을 룸 메이트는 포항에서 온 분인데
포항 그린넷마 소속으로 정말 마라톤 매니아 인 것 같다
보스톤 마라톤을 참가했고,
올해도 베를린마라톤을 다녀 왔다고 한다

대회 시작시간 (07:30)이 일러
취침전 미리 배번호를 붙이고 칩을 달아놓고 복장을 점검한다
특이하게 배번호가 2장으로 앞,뒤로 한장 씩 붙이고
배번호 뒤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현지 가이드 전화번호와 이름을 크게 적는다

아침의 5시 30분 기상을 위하여
모닝콜을 부탁하고
이내 꿈나라로 빠져 든다

이튿날
새벽에 기상하여 창문을 열어 보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허기를 면할 정도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로 30분 거리의 출발지인 외탄 중심가로 이동한다

투어 측에서 인솔차 나온 양이사님이
풀 코스 주자들에게 파워젤을 두개씩 나눠준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분주하던
출발지인 외탄의 중심가에는
대로변에 두개의 출발 아치가 설치되어 있고
좌측에는 간이 무대가 놓여 있다

아직 출발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출발선 앞에는 미리 도착하여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출발 대기를 하고 있는 사람과
가벼운 스트레칭과 조깅으로 몸을 푸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번 대회에는 약 만명 정도가 참가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아직까지 마라톤 문화가 덜 발달 된 듯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대회장의 모습이 아닌
열기는 있으되 진행이 서툴고 정리가 덜 된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다소 부족한 대회장인 듯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상해에서 진행되는 유일한 국제대회이다 보니
서양 외국인 참가자가 다수 되고
한국,일본의 참가자들도 다수 눈에 들어온다

출발시간이 임박해오자 무대에선
스트레칭 시범이 한창이고
점차 열기는 더해져 간다

짧은 시간 기념사진도 찍고 참가자들과 어울린 후
이윽고 총소리와 더불어 출발하는데
하프와 풀코스가 뒤섞여 동시에 출발하여
수많은 참가자들이 무리를 지어 일시에 쏟아져 나간다
칩을 달았으되 건타임으로 측정을 하니
먼저 출발하려고 아우성이다
국내 대회에서는 이해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마라톤 문화다

출발점부터
길가 양쪽으로 열렬한 응원이 이어진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대로 변에서
"짜요"(힘내라) "짜요"를 외치는데
뛰는 사람과 응원하는 사람이 한 덩어리가 되어
축제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화려한 복장에 꽃술 등 각종 도구를 동원하여
일사불란하게 응원하는 중년 아줌마들의 모습과
자연스런 시민들의 응원,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등을 배경으로
남경로를 벗어나기 까지 약 3키로 구간은
여유를 부리며 기분은 최고조로
한결 가볍게 달린다


상해 도심속에 현란한 간판과 수려한 건물을 뒤로 하고
수많은 차와 자전거가 교통 통제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고 있었으며
수많은 상해의 시민들이
오늘의 축제를 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었다

마라톤이 아니라면 상해의 중심가를
제한없이 시원스럽게 질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점이 평범한 사람들이
마라톤을 선호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오늘은 즐런 하기로 하였던 바,
도시속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고
문화 체험을 하면서
무리하지 않게 속도를 늦추어
좋은 컨디션을 지속시키고자 노력해본다

5키로 쯤 가니 주로변에 급수대가 몇 칸 덩그라니 놓여 있는데
참가인원 규모에 비하여 너무 초라하고
종이컵에 물과 음료 몇 잔이 놓여 있다

급수대를 그냥 지나친다

남경로를 벗어나 외곽도로변으로 접어드니
채 완성되지 못한 상해의 모습이 보이는 듯
곳곳에 공사하는 모습이 보이고
아울러 뿌연 공기와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이 심해진다

키 큰 서양 마라토너 옆에 붙어 같이 뛰어 본다
동반주를 하며 달리는데
가끔 쳐다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페이스가 잘 맞아 좋았으나
다소 힘겨운 듯 뒤로 처지기 시작하여
다시 혼자만의 레이스를 한다


10키로를 53분에 통과한다

이번에는 급수대에서
가볍게 목을 축인다
아직까지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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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안녕하세요? 박승진님 상해 마라톤이 즐거우셨다니 저희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에 또 뵐 수 있겠죠?  저희는 오늘 싱가포르마라톤에 참가하러 떠납니다. 이번에도 잘 하고 오겠습니다.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그럼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이경희님의 댓글

이경희 작성일

에구~~ 죄송했습니당.^^

그렇게 서둘러도 대구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습니다.

기록단축 꼭 하셔서 보스턴에는 회사의 협찬으로 가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노준환님의 댓글

노준환 작성일

소인까지 기억해 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파주 "장흥"에서 워크삽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파주를 생각하니까 박승진님이 생각나네요.

항상 긍정적인 마음씨를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