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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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플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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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경희 댓글 0건 조회 7,700회 작성일 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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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의 래플스 호텔 중에서



그 여자나 마토 같은 여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조관념이나 윤리의식의 차원을 넘어 인생의 정수를 깨달은 사람들. 그들은 섹스와 마약, 술, 요리, 모든 것에 이미 통달해 있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법이 없다. 즐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 가지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는다. 정조관념이나 모럴이란 본래 쾌락을 알지 못하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법칙이다.



이곳이 다른 여느 호텔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좁고 긴 테이블이 늘어서 있는 롱 바, 기자나 소설가들이 즐겨 찾았다는 라이터즈 바, 티핀룸, 엘리자베던 그릴(Elizabethan grill)등의 관광명소와 함께 호텔 전체가 품위 있는 센티멘털리즘으로 가득 차있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은 민속촌과 다름없는 곳이다.

다른 도시, 예를 들어 뉴욕이나 LA, 샌프란시스코, 런던처럼 중국인 이민자들이 만든 거리가 아니다. 싱가포르는 원래 전체 인구의 80%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굳이 차이나타운을 만들 필요는 없다. 결국 이곳의 차이나타운은 옛 건물의 보존과 관광 수입을 위해 국가에서 정한 일종의 특수 구역인 셈이다.



지린내가 강하게 풍기는 두리안.

“냄새가 대단하죠? 브라질에는 부인을 포주에게 팔아가면서까지 이것을 먹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 백화점에서는 한 개에 만 엔 정도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2백 엔이면 먹을 수 있습니다. ‘과일의 왕’이라고도 부르지요.”

별개의 생명체인 양 꿈틀대는 두 장의 입술 사이로 야릇한 냄새가 새어나왔다. 스코틀랜드시인의 태양의 은총이라 불렀던 두리안의 냄새. 이 여자는 아마 지금까지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런 악취를 토해낸 경험이 없을 것이다.



나는 여태껏 싱가포르에서 슬퍼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한결같이 생글거리면서 살고 있는 나라이다. 이 나라에서 슬픔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슬퍼하지 않는 게 아니라 슬픔이라는 감정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싱가포르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나라, 이를테면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와 비교할 때 놀라울 만큼 다른 모습이다.



래플스 호텔 롱바에서 싱가포르 슬링을 마셨던 기억.

여행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차이나타운시장거리에서 타이거맥주(싱가포르 고유브랜드)와 하이네켄맥주를 마시며

싱가포르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의 냄새에 대해 쉽게 설명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기억.



래플스 호텔이라는 낮설지 않은 이름에 고른 이 한 권의 소설로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읽는 느낌이 뭐랄까?

같은 장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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