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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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욕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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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대진 댓글 2건 조회 22,054회 작성일 1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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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TCS 뉴욕마라톤 후기
필자: 하대진


좀 뛰던 시절이 있었다...
매주 대회를 나가고, 풀코스, 10k 가리지않고, 대회 나갈때마다 순위권에 들어 트로피,상장을 받고,
상품,봉투도 받고, 싱글벙글하며 다니던 시절이....
암투병중인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몇차례 옮겨다니던 병원 근처에서도 운동장 등
훈련코스를 찾아다니며 틈틈히 훈련하고, 병원으로 완주메달이나 받아온 상품 등으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같이 입원했던 병실에서 자랑하고 다니던 시절이....

연년생인 첫째, 둘째가 태어나던 시절도 그때였었다. 출산직후 집사람이 많이 힘든시기였음에도 어머니 병간호,
훈련, 대회참가로....
집사람, 갓난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해도 집사람이 이해해 주었었다.
내가 그렇게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었는지??? 운동 하러다닌다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었다.

2012년 1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그때부터 운동이 하기싫었고, 운동이 되지도 않았다.
하려고 노력해도 예전같은 실력도 나오지 않았고, 예전같은 실력이 나오지 않으니 하기싫고...
그렇게 5년간을 하는둥 마는둥....회사업무핑계, 부상핑계, 이런저런 핑계거리들....

대회 참가 후기를 쓰기전에... 예전얘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활동하는 클럽의 회장님께서 큰 동기부여를 넣어주셨다.

지난 5년동안 마라톤 주로에서 헤매고 다니는 모습을 보시더니....
뉴욕행 티켓을 줄터이니 열심히 준비해서 뛰어보고 오라는....
평소 살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나라가 미국이었고,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뛰어보고 싶은 대회가 뉴욕마라톤대회 였었는데.....
넉넉하지 않은 호주머니 사정에, 항상 눈치만 봐야하는 샐러리맨의 처지에... 그저 희망사항으로만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던 뉴욕행티켓으로 동기부여를 주시니...와~~우!!!!

지난 4개월간... 열심히 갈고 닦았다. 예전에 해왔던 훈련방법, 느낌을 살려보려...
지난 여름 운동장에서 양재천에서 많은 땀을 흘렸었다.
예전의 페이스는 안나오더라도. 장거리훈련, 빡씬 훈련보다는 꾸준한 훈련등으로...
준비전 69kg이었던 체중을 61kg 대까지 감량을 하였고, 2시간35분~42분대를 뛰어대던 예전의 페이스로는 못올리더라도 간만에 성실하게...독하게 훈련했다.
내심 2시간 42분~45분 정도는 뛸 수 있으리라는 자신은 가지고 있었다.

뉴욕행 티켓으로 동기부여를 주신 박성배 회장님은 세계 6대메이져 대회 sub-3를 하시고(기록보유),
뉴욕마라톤에서 해외 마라톤 최고기록 2시간48분대의 기록을 보유하신 분이시다.
본인의 최고 기록을 한번 깨보라는 주문을 해주셨고, 최소한 그 기록은 깨보리라 다짐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는 뉴욕행.... 지난 일주일간 긴장으로... 계속 새벽잠을 설쳤다.

미국까지 13시간의 시차. 한국출발 저녁 7시, 미국도착 저녁 8시....
도착하자마자 잠자리에 들어야하기에 비행기안에서 13시간을 한숨도 자지않는 버티기 전략....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긴 명상과, 이미지 트레이닝.... 끊임없는 수분/탄수화물 로딩...(미리 고구마, 빵, 떡등을.. 잔뜩 준비해서...) 비행기안에서 13시간을 한숨도 자지않고 버텼다.

미국 도착!
공항을 나서니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고, 한국보다 훨씬 추웠다.
가이드님왈. 공항주변(뉴욕과 1시간거리)만 날씨가 이렇고, 뉴욕은 바람도 잔잔하고 괜찮다고...
대횟날은 새벽에만 잠깐 비가 오고, 달리는 내내 날씨가 좋을것이라는 일기예보라 하신다.

역시 마라톤여행(에스엔비투어)에서 진행하시는 가이드분이시라 마라톤 대회 관련해서의 가이드와 여러 조언들까지....ㅋㅋㅋ

호텔에 도착후. 대충 잘준비하고, 수면제를 털어넣고. 쿨쿨....
딥슬립. 딱 3시간!!! 눈이 번쩍 떠진다. 정신이 말똥말똥.... 룸메이트 선배님도 똑같이 말똥말똥~~~

선배님도 나와 같이 비행기안에서 한숨도 안자기 전략을 짜고 오셨는데. 그분도. 똑같이 3시간 후에 기상...
박성배회장님의 조언대로 잠에서 깨도 침대에서 나오지말고, 그대로 누워있으라는 전략으로
두어시간 더 버텨 보았지만 도저히 좀이 쑤셔서....ㅠㅠ 밖으로 나가 조깅을 쪼매 하다가 들어온다.

호텔에서 맛난 조식을 먹고, (좋아하는 음식들 천지였는데 다음날 대회를 뛰어야 하기에... 탄수화물 로딩. 로딩 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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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비 이인효 사장님과 가이드분의 인솔로 엑스포장에가서 배번을 찾고, 1시간 30분의 엑스포장 쇼핑시간...
수많은 뉴욕마라톤로고가 찍힌 의류, 용품들이 가득가득...

아침 조식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속에 쳇기가.... 속이 거북하고, 구토가 나오려한다.
구석에서 1시간을 누워있다가 사진 몇장 찍고 다시 집합. 가이드차량으로 뉴욕시내 관광을 한다.
자유의 여신상, 유람선관광. 등등등.... 눈은 뉴욕의 멋진 거리풍경, 으리으리한 건물들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엔 온통 내일 대회에 관한 생각들만......(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집중, 집중, 이미지 트레이닝.... 쉴새없는 탄수화물, 수분로딩....
뉴욕에서의 하루를 온통 마라톤, 마라톤 대회에만 집중하며 어느덧 잘시간.
또 수면제 1알을 털어놓고 잠자리에 든다.

3시간 30분후 기상...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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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발전....
일행분들과 설렁탕집에서 조식을 하고, 대회장으로 이동한다.

이번대회는 에스엔비 이인효 대표님도 같이 대회신청을 해주시고, 레이스에도 참가하신다.
뉴욕 마라톤 대회는 엄청난 규모의 참가자들을 분산시키느라 출발그룹도 여럿으로 나뉘어져 있고,
4그룹으로 나뉘어 30분 간격으로...나는 첫그룹이라 9시 50분에 출발하는데 제일 마지막 그룹분들은 11시에
출발
블루(a,b,c,d......)wave 1,2,3,4..... 오렌지블루(a,b,c,d......)wave
1,2,3,4.....그린(a,b,c,d......)wave 1,2,3,4.....
수많은 그룹들로 나뉘어져 있고, 출발지점 , 출발시간등을 정확히 준수해야 한다.
그룹안으로 들어갈때마다 일일히 배번검사를 하고, 짐검사등을 철저히 한다.
그리고, 대회참가자가 아니면 절대로 대회장 주변으로 접근조차 할 수 없다.

함께 달려주실 이인효 대표님이 우리 일행들을 인솔하여 해당 그룹별로 출발할지점을 정확히 알려주시고...
각자의 그룹으로 이동하여 출발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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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그룹 출발 3시간전에 출발대기지점 게이트를 닫고, 대회장 안에서 출발시간까지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뉴욕 마라톤대회 이 모든 것들이 통제를 위한 rule 이다...
여러가지 종류의 베이글, 커피, 여러종류의 에네지바, 물, 이온음료.. 기타등등... 여기저기서 나누어준다. 모든것이 무료다.
이것저것 받아 간이백에 챙겨두고 이것저것 맛본다.
집사람이 준비해준 삶은 고구마, 내가 가져온 에네지바등은.. 조금 먹고 휴지통으로...

여기저기에 쭈~~~욱 늘어선 간이화장실. 5만명이 넘는 대회 참가자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정도 수량의 간이 화장실이 여기저기에 줄지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회처럼 출발전 화장실 전쟁과 여기저기의 노상방뇨할 자리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출발전까지 편히 누워 쉴만한 자리를 찾으러 다니다가 명당자리를 딱! 하나 찾는다.
여러 미국인들이 빽빽히 누워있는 공간에 나하나 딱! 누울 자리가 있다.
비집고 들어가 잔듸밭위에 비닐을 깔고, 누워서 눈을 감고 출발전까지 쉰다.

내 뒤에 누워있는 어떤 미국인의 팔목에 묶여있는 헬륨풍선. (It"s all about me)라고 적혀있다.
장난삼아 그 미국인에게 말을 걸어본다.

착각하지마라! 이 모든것은 너를 위한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것이다.

서로 웃으며 가볍게 언쟁을 한다. 서로를 위한 것이라고...
ㅋㅋㅋ 마지막엔 서로 행운을 빈다고 악수한번하고, 출발1시간전이 되어 몸을풀러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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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출발 게이트가 30분전에 클로징된다. (그런데 그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인파에 몸을 풀지 못하고, 자기자리 잡고 꼼짝말고, 서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일단 출발 게이트까지가면 나가지도 다시 들어오지도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게이트근처의 약 30여미터 빈공간을 찾아 수차례 왕복하며 몸을 푼다.

내가 출발할 그룹의 게이트가 닫혔다는 방송이 나온다. 40분이나 남았는데? 헐레벌떡 출발점 게이트쪽 이동한다.
게이트 안쪽에는 앞쪽그룹에서 뛰려고 얼마나 기다렸을지 모를? 사람들의 행열이 출발선쪽으로 이동한다.

1천명, 2천명, 3천명...와우 그사람들이 다 지나가고 나니 문을 열어준다. 부지런히 앞쪽으로 비집고 나간다.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러너들....절대 안비켜준다. 그 틈에 찡겨서 오도가도 못하고, 서서 출발준비를 한다.
내 바로옆에 한국선수가 있다. 2시간 48분이 개인최고기록이고, 여기서 최고기록을 깨고 싶다고 한다.
수많은 백인,외국인들 틈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니 대따시 반갑다.
그 러너분. 휴대폰을 들고 왔기에 같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연락처도 알려준다. (나중에 꼭! 사진 보내주기로...)

출발전 오늘 출전할 엘리트선수들을 소개하고, 흥을 돋구는 사회자의 멘트, 몇몇의 내빈을 소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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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발!!!!
(1km 구간별로 자동체크)
4"33 / 3"55 / 3"29 / 3"46 / 3"55 / 3"52 / 3"54 / 3"56 / 3"50 / 4"01 /
3"51 / 3"50 / 3"59 / 4"06 / 3"49 / 3"52 / 4"07 / 4"16 / 3"53 / 3"54 /
4"00 / 4"03 / 4"12 / 4"25 / 4"50 / 3"57 / 4"06 / 4"12 / 4"12 / 4"10 /
4"14 / 4"25 / 4"15 / 4"13 / 4"20 / 4"20 / 4"11 / 4"35 /4"37 / 4"15 /
4"20 / 4"15 / ?????? 완주기록 : 2시간 57분 12초

컨디션은 최고!!! 출발 직전 출발선에 섰을때....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나만의 테이퍼링은 자신있다.
(대회장 분위기는 제대로 탈줄알지!!!!)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다리위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이 다리의 시작점이 굉장히 가파르다는것...
레이스 초반의 오르막은 초반의 들뜬 분위기, 오버페이스를 막아주는 오히려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다리는 너무나도 가파르다. 거기에 내앞을 달려가는 수많은 인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야하고, 내 뒤에서도 수많은 선수들이 치고 나간다. (나중에 대회 중계를 보니.엘리트 선수들도 이 언덕은 느릿느릿 달리는것이 눈에 보일정도)
다리 꼭대기점이 1마일(1.6km)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는동안 진을 너무 많이 뺐다. 첫 1,2km가 4"33 / 3"55 맞바람이 태풍 수준으로 분다. 시작부터 너무 힘들게 첫 언덕을 넘는다.
이후로 고만한 내리막을.... 몸 나가는대로 밀어본다. 주변에서 수없이 치고가는 일행들에 묻혀서 달리다 보니
3"29초, 3"46초.(예전에는 편하게 밀던 페이스였는데...하하하)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자마자 시작되는 어마어마한 응원인파.
꺄악!!! 와아!!! 악에 악을 써대며 갖가지 피켓을 들고 양옆으로 펼쳐진 수많은 응원인파...와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뉴욕 마라톤의 응원이구나....
2010년,2011년 서울마라톤의 후원으로 다녀온 후쿠오카 마라톤대회....
우리나라에서 중앙,춘천,동아 대회와 비교하여 후쿠오카의 엄청난 응원인파에 감동을 받고,
신세계를 경험했었는데. 이것은? 10배? 30배? 50배??? 와... 엄청나다.

초반부터 분위기에 묻어가다보니 힘든것을 모르고 편하게 3분 50초대의 페이스로 크게 힘들지 않게 달려나간다.
주로에서 비슷한 페이스로 달려나가는 일행을 찾아본다. 유럽쪽의 선수들로 보이는데 4명이 서로붙어 자기네 말로 어쩌고 저쩌고 대화를 주고 받으며 페이스를 맞춰달리는 그룹, 그 중간으로 쏙~ 들어간다.
맞바람이 계속 강하게 불고, 보슬비까지 내린다. 싱글렛 밖으로 들어난 팔이 시렵다. 계속 이어진 맞바람에,
앞서 달리는 기다란 그 친구들의 뒤에 바싹 붙어 달리다보니 본의 아니게 뒷꿈치를 두어번 툭~ 건드린다.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보내고, 그친구는 괜찮다는 제스쳐를 주고.... 앞선 친구들은 내 뒤에 붙어오는 일행들을 계속 뒤돌아보며 페이스를 유지한다.
페이스를 더 올릴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자제..자제한다. 먼저 미국대회를 다녀온 선배님들이... 중반이후부터
이유모를 페이스저하. 시차가 반대인 곳에서의 마라톤대회...
절대 우습게 보지 말라는 조언들을 여러번 들었기에....목표했던 2시간 40분대 초반의 페이스로 일정하게 밀어본다.

주로에 있는 급수대.
급수대가 보이지 않는다. 주로의 컵을 집을수가 없다.
왜냐하면??? 주로 양쪽에 초록색 우의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쭈~~욱 늘어서서 컵을 든 손을 쭈욱~ 뻗어.
워러~게토레이~ 소리를 지르며 서로 자기것을 집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급수컵을 집으려 몸을 틀지 않아도,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수고스러움을 대신해주는 이대회 자원봉사자들의 배려. 정말 최고다!!!!

보슬비가 계속 내린다.
가이드님이 비안온다는 예보였었다는데.미국 기상청도 우리나라 기상청과 다를바가 없나보다.
급수를 하다가 몇번 흘려서 고글 및 얼굴이 잔뜩 젖었는데.
바람도 안분다 켔는데...맞바람도 계속 세게 불고....

10km 구간쯤을 지나니 출발선에 같이서서 출발하던 한국분이 뒤로 쳐지신다. 추월해가며 화이팅!을 외쳐보는데 답이 없다. 아직 레이스 초반인데....호흡이 굉장히 거칠고, 다리가 벌어져 보이는것이 많이 힘겨워 보인다.
계속 이어지는 완만한 언덕... 앞선 두명은 계속 뒤를 돌아보는데, 뒤에 두명이 계속 쳐지는것을 의식해서인지? 나보고 먼저 지나가라는 손짓을 보낸다.
그 친구들 페이스 잘 끌더만 하프정도까지만 묻어갔어도...좋았을텐데...
고맙다는 제스춰를 한번 날려주고.. 혼자 치고나가본다.

퀸즈
이후로도 괜찮게 페이스를 유지해보는데 언덕빼기에서는 조금씩 쳐지는....
대회를 준비하며 남산언덕이나 산악훈련, 보강훈련을 소홀히 했던것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온다.
20km를 1시간 20분에 통과, 하프지점을 1시간 24분대에 통과... 엥???
새로 장만한 시계의 설정이 1km 구간마다 진동으로 알려주기에 구간랩을 체크하지 않고, 잠깐잠깐 1km구간랩의 페이스만 참고하며 달렸는데?? 많이 늦어졌다.
몇개의 언덕을 넘어가며... 많이 뒷쳐진듯. 목표했던 40분대 초반의 완주기록은 힘들듯....

반대시차의 영향? 이느낌인가? 이구간을 지나면서부터 머리가 띠잉하다~ 멍~ 하기도 하고,
숨이 차지않게, 출발부터 지금구간까지 일정하게. 편하게 끌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페이스는 자꾸만 떨어진다.
속도가 떨어짐을 인지하면서도 일부러 페이스를 올리지는 않는다. 장거리훈련은 충분히 했고, 후반에도 크게 밀리지 않을 자신은 있는데...반대시차에서 달려보는것은 처음이기에...

퀸즈보로브릿지.(퀸즈에서 맨하탄으로 넘어가는 24.5~26km구간쯤) - 무시무시한 다리언덕
와~ 엄청나다. 완만하지만 쭈~욱 늘어진 긴 오르막. 페이스가 뚝~ 떨어진다. 팔꿈치를 더 높고, 힘차게 쳐보지만 페이스는 계속 밀린다. 수많은 러너들이 내앞으로 추월해 나가고, 페이스는 4분50초까지 떨어진다.
호흡도 많이 가빠지고.... 이어진 급내리막.... 내리막은 더 길다.

내리막 중턱쯤....양쪽 종아리, 양쪽 햄스트링에서 전기가 찌릿~ 쥐가 올라오려는 신호가 온다. 아직 중반인데...
아직도 가야할길이 먼데...........
대회를 준비하며 일주일간 칼슘, 마그네슘보충, 충분한 수분로딩, 장거리훈련....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쥐가 올라오려는 신호....일단 쥐가오고나면 끝이다.
더이상 레이스를 할 수가 없는것을 잘 알기에. 걱정이되고, 짜증이 마구난다.
눈물이 나려한다. 보폭을 줄이며 혼자 중얼거린다. "안되" "안되............." "제발. 제발....."

16마일 표지가 있는 내리막 급커브를 뒤뚱뒤뚱 달리며.... 다시 이어진 평지구간....
귀가 떨어져 나갈듯한 응원.
뉴욕마라톤의 전구간을 통틀어 아마 이구간의 응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말 어마어마한 인원들이 양쪽에서
우렁찬 응원을 보내오는데. 그중에 단연 돋보이는 우리 큰딸아이(8세) 정도되는 여자아이의 피켓 "run like hell!"
그래 죽도록 달리자. 여기까지 오는동안 지난여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었는가?
계속 집중의 집중! 머리는 멍하고, 양쪽 햄스트링은 보폭을 쪼매만 넓혀도 찌릿 거리지만..
발을 사뿐사뿐 놓고, 보폭을 작게...작게... "안되, 제발"을 수백번 중얼거리며 양쪽 다리근육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급수대가 1마일쯤마다 한번씩 있는듯하다.
보슬비가 아직까지도 계속 내려주어 목이 마르고, 건조하진 않지만 급수대를 지나치지 않고, 두~세컵씩 받아 입을 헹구고, 한두모금씩 마셔준다. 제발 쪼매만 버텨줘라.

이후부터는 별기억이 없다.
오로지 레이스에만 집중, 또집중. 쥐가 올라오려는 종아리, 햄스트링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앞만 뚫어져라 보며 달렸기에....
주로 양옆에서 우렁차게 악을써대며 응원하는 수많은 응원인파의 함성들. 급수대에서 건네주는 게토레이를 코로도 마시고, 입밖으로 질질 흘려대며 고글위로 쏟고, 몸은 보슬비로 흠뻑 젖고....

35km구간의 마지막 다리.
브롱크스에서 다시 맨하탄~센트럴파크로 향하는 지점....이다리가 마지막 언덕이고, 이 언덕을 지나면 거의 완만하다고 전해 들었다.
긴장했던것만큼 큰 언덕은 아닌듯.
근육경련이 일어나려고 했던 25km 지점부터는 시계를 보지 않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오로지 앞만보고, 팔치기,
어깨힘으로만 달렸다.

출발대기시간에 쉬면서 내 뒤에 누워있던 미국인의 헬륨풍선 문구가 생각난다. "It"s all about me"
수많은 응원인파, 주로에 함께 달리는 러너들은 모두 나를 위한....
오로지 나에게 보내주는 응원의 함성이고,
뒤에서 달려오는 러너들은 내가 쳐지지 않게 밀어주는.....
앞에서 달리는 러너들은 나를 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
모두들 나를 위한 들러리다.
그 중심에서 내가 달리고 있고, 이 모든 것이 모두 나를 위한 이벤트이다.
계속 머릿속에 그 문구를 되뇌어가며 이미지를 그려간다. (It"s all about me, It"s all about me, It"s all about me......)
센트럴파크에 진입하고도 7km가량을 달려야 골인점인데.... 얼마나 더가야 나오는건지....
비가 오는데도 거의 우산을 쓰지않고, 응원을 보내주는 응원인파의 힘을 받는다.

센트럴파크
은행냄새가 나는걸 보니 여기가 센트럴파크인가보다. 미국에도 은행나무가 있고, 가을엔 은행열매가 열리는구나?
뉴욕여행 소개 사이트에서 본 센트럴파크는 뉴욕 중심지에 위치한 거대한규모의 운치있고, 낭만적인 산책코스,
지금의 나에겐???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보고, 달린다.
가파르진 않지만 완만한 언덕이 계속 이어진다. 내리막이 너무 힘들다. 내리막에 진입하면 아직까지도 쥐가 올라오려는 신호....
내리막만 나오면 뒤뚱뒤뚱...정신은 계속 몽롱하고, 두통은 계속 이어진다.

40km~26마일구간
마라톤의 기원을 잘 알고 있다.
그건 그거고....
마라톤코스를 딱 잘라서 40km만 만들지. 뭐하러 42.195km로 만들어 놓았을까나? 이노무 쥐만 안올라오면.
좀 뛰겠는데 완전 죽겠다.
골인점에 가까울수록 응원의 함성은 더욱더 우렁차게 울려퍼지는데. 즐길겨를이 없고, 긴장의 끈을 늦출수가 없다.

예전에 평택대회에서... 예산대회에서...
골인점 1km앞에서, 골인점 200여미터 앞에서 쥐가나서 주로 바닥에 드러누워본적이 있어서....

마지막 코너를 틀며 26마일 구간을 지난다. 남은 0.2마일? 골인점이 보일때가 되었는데??? 가도가도.. 안보인다.
그나마 완만한 오르막이라 종아리, 허벅지 통증을 참을수있다.
드디어 골인점이 보이고, 엄청난 응원의 함성, 골인점을 50여미터 앞두고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한번 활짝 웃으며 응원인파에 팔을 뻗어 하이파이브를 해보고...
골인점을 밟는다. 2시간 57분 1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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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자원봉사 인원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셀수 없이 많이듣고, 마음껏 활짝 웃으며 완주사진 카메라에 포즈도 취해보며, 에스앤비 가이드님이 기다리시는 지점까지의 긴 구간을 완주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며 되돌아온다.
목표한 기록에는 한참 못미쳤지만... 잘 견뎌 주었다. 부실한 내 다리야!

차량에 도착한 이후로 옷을 갈아입고, 혼자서 택시, 지하철, 도보등으로 맨하탄의 많은곳을 돌아보고, 그동안 참았던 술도 실컷 마시고, 호텔로 복귀, 한국으로 무사히 귀국한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는 모든것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제대로 풀렸는지 무려 10시간을 내리잔다. 미국에서의 3일동안 총 7시간을 잤는데...ㅋㅋㅋ
회사에서의 위치,자리가 좀 잡히고, 시간적인 여유만 된다면 새로이 도전해보고 싶은...보스턴, 시카고.....히히히. 언젠가는....

함께 동행해주신 2017년 뉴욕마라톤 일행분들, 인솔해주신 에스앤비투어 이인효대표님, 가이드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뉴욕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뉴욕을 마음껏 즐기고 왔습니다.
완주후 뒷풀이에 참석 못해 죄송합니다. ^^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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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대진님의 댓글

하대진 작성일

다시 마라톤의 맛을 들일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시고 세계 최대규모의 뉴욕마라톤을 경험하게 해주신 나눔누리 박성배 회장님 감사드립니다.

이인효님의 댓글

이인효 작성일

기록도 멋지고 수기도 멋지십니다.  다음 해외마라톤에서 뵙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