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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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도쿄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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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도현 댓글 2건 조회 21,012회 작성일 1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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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공항에 내렸는데 창문을 통해 본 활주로에는 굵은 빗방울이 내리치고 있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는 왔지만 아주 싸늘합니다.
1시간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주차장에 나왔는데 거짓말 같이 비가 그쳤습니다.
잔뜩 흐려 있긴 하지만 일단 내리던 비는 그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개그콘서트의 유행어가 생각납니다.

배가 고프니 우선 끼니부터 해결 해야겠지요.
뭐 샤브샤브라고 해야 하나?.. 얇게 썬 소고기에 야채 듬뿍 넣고 끓여서
샤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마라톤 도착지 엑스포 공원을 답사하여 배번호와 기념품을 찾은 다음
내일의 골인 후 동선을 확인하고.. 만남의 장소를 결정하고..
그리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호텔에 도착합니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안내자료에 의하면 내일 주로는 도쿄도청을 출발하여 황거,
도쿄역, 도쿄타워등 동경시내 유명한 관광지와 명소를 달리면서 평탄한 코스와
제한시간 7시간으로 초심자도 편안하게 도전하여 완주 할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이른시간 도쿄도청 광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오늘 참가자는 35,000명.
우리 일행도 기념사진을 남기고 각자 위치의 출발 대기선으로 흩어집니다.

외국대회 몇 번을 경험했어도 항상 어리숙하고 꺼벙합니다.
무엇부터 할까 고민하다 새벽에 못다 눈 똥이 생각납니다.
6차로 양 옆으로 왼쪽은 물품 맡기는 소형트럭, 오른쪽은 수도 없이 간이 화장실이
인도를 따라 길게 준비되어 있고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오늘 입고 달릴 복장을 챙기고, 아직은 다소 추운 날씨라 일회용 비닐우의를 두른 다음
내 물품 보관 트럭을 찾아 짐을 맡기고 무작정 길게 늘어진 줄의 한쪽 끝을 찾아
엉거주춤 섰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차례는 짧아지고 여러 갈래의 줄은 각기 앞의 화장실 서너개씩
자동 배정됩니다.
걱정했던 화장지도 두루마기 4개나 여유있게 쌓여 있습니다.
용변을 마치고 내 위치 C그룹을 찾아 갑니다.

비교적 안내도가 세밀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내 배번호를 보고 관계자들이 계속
손짓으로 안내합니다.
길을 건너고 계단을 오르고 또 넓은 광장을 지나고 C그룹 위치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끝이 없이 인도에 화장실이 보입니다.
그러고 줄서기는 아래쪽 보다는 다소 인원이 적습니다.

스트레칭도 하고 가볍게 달리기도 해 봅니다.
무릎을 오래도록 주무르고, 햄스트링, 고관절, 허리, 발목 돌리기...

사람은 점점 모여들어 이젠 움직일 공간이 절대 부족합니다.
전방이 보이진 않지만 뭐라고 떠드는 일본말 다음에 참가자들이 손뼉을 치고
함성을 울리며 또 영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관심이 없습니다.

9시 10분.
오색연기가 하늘로 오르고 이내 내 발걸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선두에는 초청선수와 에리트 마라토너 다음으로 A그룹인데
의외로 나이 많은 사람과 여성주자, 이색복장 참가자도 많습니다.
이곳에서 A그룹은 클럽소속 참가자라고 합니다.
사회 체육이 발달한 만큼 클럽소속이 많으며
우리의 마라톤클럽과는 약간의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 뛰는 마스터즈는 B그룹에 있는것 같습니다.
내가 C그룹에서 출발하여 무수히 많은 A번호는 봤지만 B번호는 별로
못 본 것 같으니까요.

출발당시 기온은 영상7도 정도
흐린 날씨이고 바람은 약함
출발은 그룹간 시간차 없이 밀어내기식 입니다.

도쿄도청 마당을 벗어나자 도로변 양쪽 시민들 환호 엄청납니다.
계속하여 완만한 내리막길...
세계 유명 대회는 시민들 응원이 참으로 대단하군요.
주로 양옆을 빈틈없이 목이 터져라 깐빠레 하이또

여기 코스는 참 신기하네요.. 계속하여 완만한 내리막입니다.
발만 쌀짝 살짝 들면 그냥 자동으로 뒷 주자들에 떠밀려 내려갑니다.
5km를 지났는데도 내리막은 계속입니다.

매 1km 마다 거리표시 되어있고 화장실 자주 나타납니다.
시민들의 응원 열기는 끝이 없고 주로는 엄청 깨끗합니다.
함부로 침도 못 뱉습니다. 너무나 깨끗하니까요.

8km를 넘으면서 내리막은 없어지고 평지로 바뀝니다.
아직도 발만 들면 그냥 저절로 나갑니다.
뒤 주자들에게 밀리고, 시민응원에 감격하고, 대회 분위기에 취하고
완전 공짜로 완주 할 것 같습니다.
너무나 황홀한 기분에 하프가 언제 지나갔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동경 관광 명소들의 화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마라톤대회를 자신들의 축제로 즐기는 시민들과
내가 달리는 이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저는 오늘 이 주로를 돈을 내고 샀지만,
그러고 입장했지만, 이곳 시민들에게 재롱부리는 원숭이가 됐습니다.
이곳 시민들은 주로를 빌려주고 달리미들의 재롱을 감상하고 환호합니다.
누가 뛰고 누가 구경 하는지를 떠나 모두가 하나의 성대한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30km를 지나면서는 시민들의 헌신적인 나눔이 이루어집니다.
손에 손에 빵, 과자류, 음료, 사탕, 과일...
어느 분은 아주 주로에 좌판을 벌였습니다.

36km쯤 고가도로를 넘으면서 짧은오르막.. 언덕은 처음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 오늘의 목적지 엑스포광장이 보입니다.
눈앞의 골인 매트가 아쉽습니다.
좀 더 달리고 싶은데 이젠 주로가 없습니다.

3시간 28분
드디어 올해 최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하하하! 올해 풀코스는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완주메달을 받고, 협찬기념품을 받고,
맡겼던 짐을 찾아 사전 약속장소에서 일행을 맞이합니다.
모두가 싱글벙글 오래 기억될 추억입니다.

대회관계자, 자원봉사자 여러분
편안한 여행을 마련해 주신 SNB투어의 이인효 대표님, 장영태 부장님
그리고 함께 참가했던 일행들 모두모두 오래도록 행복 하십시오.


강릉경포호수마라톤클럽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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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인효님의 댓글

이인효 작성일

안녕하세요 이도현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베를린마라톤때 맛있는 와인 한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동아오시면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영태님의 댓글

장영태 작성일

실황중계를 보는 듯 했습니다.

달려보고싶다는 욕망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