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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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37회 독일 베를린 마라톤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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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배 댓글 2건 조회 26,398회 작성일 10-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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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며 산이 주는 깊은 마력에 빠져 주말이면 산으로 달려가곤 하던 내가 7년 전 한강변에서 열린 ‘서울마라톤대회’ 하프 코스 참가를 시작으로 마라톤의 맛에 빠져들어 그간 국내 3대 메이져 대회며 여러 대회를 쫓아다니며 달리는 즐거움과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산보다는 달리는 것이 나의 주 메뉴가 되어버렸다.

국내 메이져 대회의 서브3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생겼고 해서 지난 2008년 일본 동경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선진화된 마라톤 문화’를 접하고 보니 국내 대회를 달리며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에 취하게 되고, 내침 김에 세계 5대 마라톤 대회 (보스톤, 뉴욕, 런던, 시카고, 베를린) 에서 서브3를 해 보자는 나름 데로의 각오가 생겼다. 지난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그 환상적인 부드러움의 극치를 맛본 후 이러한 욕망은 더욱 깊어져 지난 9월 25일 베를린 땅을 밟게 되었다.

2010 제37회 베를린 마라톤 대회
4만명 이상이 참가하여 3만 5천명 이상이 완주한다는 지상최대의 마라톤, 완주자 기준으로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대 마라톤, 백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인다는 마라톤, 원점 회귀하는 타원형 코스로 가장 빠르고 평탄하다는 마라톤, 1974년 마라톤 대회 시작 후 남.녀 세계기록 7개나 나왔다는 마라톤 등 달림이로서 그간 베를린 마라톤에 관한 참사에 현혹되어 왔던 내가 결코 이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스
동.서독 대립 시에는 냉전의 상징이었고 독일 수도의 가장 상징적인 기념물인 ‘브란데브르크 문, Brandenburg Gate, 옆에서 출발하고 베를린 시내 베를린 돔(Berliner Dom) 등 명소를 타원형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 지점에 완주 아치가 서 있다. 코스 곳곳 약 50개소의 라이브 뮤직 밴드가 연주하는 흥과 더불어 평탄한 코스가 주자의 기록갱신 도와준다.

나의 레이스
사실 지난 4월 참가한 Boston 마라톤에서 다리에 쥐가 나고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이번 베를린 마라톤 준비는 매주 일요일 한강변 ‘반달’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연습을 하였다. 지난 6월부터 양재천과 한강변을 달리며 땀을 흘린 터라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서브3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좋다는 베를린코스에서 ‘2009년 중앙마라톤의 기록인 2”49:09’를 갱신해볼까 하는 욕심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베를린에 도착하여 금요일 밤을 호텔에서 보내고 토요일에 배번도 찾고 엑스포 구경도 할 겸 컨벤션센터로 갔더니 벌써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순서를 기다려 번호표를 받고 배번을 찾고 여러 부스를 찾아 다니며 주자가 일일이 다 하도록 되어있었다. 보스톤 등 다른 대회에서 한 백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던 것과는 다른 운영이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대회 공식스폰서인 아디다스 외에도 중.소 브랜드가 많이 나와 있었다. 품질 좋은 티셔츠 등이 동방에서 간 주자의 지갑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털어갔다.

어젯밤부터 하늘이 부드럽지 못하더니 기어이 대회 시작 전부터 얄미운 비가 오신다. 2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하여 몸을 풀려고 하나 어디 마땅한 곳이 없다 4만 여명이 모여 인산인해일 뿐만 아니라 공원 등이 다 흙으로 되어있어 질퍽거린다. 간이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지만 남.녀 구분 없이 다들 거름주기에 바쁘니 로마법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섭씨 12도의 약간 쌀쌀한 날씨라서 사진조차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장애우 휠체어 출발에 뒤이어 20~30대가 조종을 이룬 약 300여명의 엘리트 및 기록 좋은 마스터즈를 따라 B그룹으로 출발을 한다.

1936년 우리 선배님이신 손기정선수가 달리셨을 남다른 의미의 이 코스 2:29:19의 세계기록으로 올림픽 우승을 하시고도 일본국가가 울리는 동안 단 한번의 눈길도 일장기에 주지 않으셨다는 우리 자랑스런 선배님 손기정선수의 기가 살아있어서 일까, 하프 까지는 1:21:08로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하였다. 이대로 가면 내 기록 갱신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서서히 마음을 덥힌다. ‘그래 우리 손선생님이 치욕의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도 우승하시지 않으셨던가’, ‘한번 해보자!’, 하는 자신감이 가슴을 누른다.

우중에도 곳곳의 음악밴드가 나를 더 흥겹게 한다. 박수를 보내주는 관중은 그리 많지 않으나 라이브밴드의 경쾌함은 달림이에게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힘을 주고 평지를 달리는 듯한 평탄한 코스는 여태껏 달려 본 코스치고는 가장 편안함을 준다. 주로 변의 아파트에서는 베란다를 통해 주민들이 응원을 보내주고 응원 나와 있던 5살쯤 되었을까 하는 어린 꼬마신사가 보내주는 하이파이브는 한국에 두고 온 초등학교 1학년 우리 ‘솔이’ 생각에 가슴이 아련해지며 갑자기 더 보고 싶어 진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서서히 열기가 붙어가는가 싶더니 하프 지점을 넘어서면서부터 허벅지에 서서히 근육경련이 온다. 갈등이 생긴다. ‘이대로 가면 2:42대를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순간 다시 집에서 응원하고 있을 딸아이 솔이가 ‘아빠 사랑해요, 건강히 돌아오세요!’ 라고 목청껏 소리 지르는 것만 같다. ‘그래, 기록갱신이 아니면 어떠어떠랴’, ‘이 좋은 대회에 왔으니, 응원 나온 분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즐기며 달리자’, 이리 마음을 정리하니 주변의 풍경들이 더 멋지고 정겹게 다가온다.

38km쯤 달렸을까, 갑자기 Korea, Korea! 하는 응원소리가 들려 온다. 아마 한국분이시리라,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한국참가 선수로는 가장 먼저 달려오는 한국선수를 알아보신 교포분이신지 목청껏 응원해 주신다. 나도 마주보며 웃는다. 그도 웃고 나도 웃고 이국 땅 독일 그것도 분단의 아픔을 함께 했던 도시 베를린에서 달림이와 관중으로 만나 서로 웃고 맘껏 응원을 주시니 이것이 내 동포요, 같은 민족인가 싶다. 다시금 키테이 손(Kitei Son)이라는 일본이름으로 베를린 마라톤을 달리셨을 우리의 자랑스런 선배님 손기정 선수, 다시는 일본이름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시고 그 이후 세계는 이 자랑스런 선수의 국제대회 모습을 다시는 보지 못하였다는 자랑스러운 선배님의 영면을 비는 마음으로 피니쉬라인을 향한다.

400미터에 이르는 환호하는 관중들로 가득 찬 그랜드스탠드(grandstands)를 지나 finish 라인을 밟으니 2:51:26라고 한다. 비록 기록갱신은 못하였으나 신이 내려준 마라톤코스라는 베를린 마라톤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 후회 없이 즐겨본 레이스였다.

대회기록
대회 내내 지속된 비 및 섭씨 12도의 기온 등 악조건 속에서도 Sub2:06 기록이 3명이 나온 실속 있는 대회였다. 케냐 선수 페트릭 마카우(Patrick Makau)가 2초 차이로 2:05:25초로 우승하고, 여자는 아베루 고베데(Aberu Kebede) 선수가 2:23:58로 우승하였다.

한국에서는 69명의 주자가 출발하여 전원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참가방법
국내에서는 에스앤비투어 및 여행춘추 등 두 개의 마라톤 전문여행사가 도와준다. 참가비는 약 4백만원 수준이다.

필자 박성배, (주)리엑션엔지리어링 대표
동경, 보스톤, 베를린마라톤을 Sub3로 완주 하였으며, 뉴욕 시카고 런던마라톤에서 Sub3를 하여 세계5대 메이저마라톤 Sub3 달성을 목포로 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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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안녕하세요! 박성배님! 러닝라이프에 나갈 기사이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목표 달성하시도록 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오늘 러닝라이프에 나온 기사 잘 보았습니다. 멋지십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