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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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그 자체(보스톤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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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수명 댓글 4건 조회 39,293회 작성일 09-05-09 00:00

본문

감동! 그 자체...(보스톤 마라톤 후기)


기록 : 3시간 59분 01초
등수 : 전체 26,227명중 15433 등
남자 15,348명 중 10,105등
연령(50-59세) 672등

일자 : 2009년 4월20일




감동! 그 자체…


설레임을 가득 안고 긴 여정과 함께 나의 꿈은 뉴욕공항에 살며시 내려 앉았다.


까다로워진 입국수속에 시간지체가 염려되었으나 마라톤 출전선수라 쉽게 통과되어 목에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다음날 맨하탄에서의 관광 일정을 마치고 보스톤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보스톤에 도착하자 모두들 들뜬 마음인가 보다. 내일 아침에 가볍게 몸풀기 하자는 의견에 무조건 만장일치다.

D-1.

새벽6시 기상하여 시간 지체없이 모두 모였다.


우리 팀에서 제일 큰형님(68세)께서도 젊은이들에게 뒤질세라 가볍게 몸을 풀고, 107회째 출전 경험이 있는 P씨는


아름다운 부인까지 입문시켜 강훈련으로 6년 만에 자격을 획득하여 이번 113회에 함께 출전하였다.


철인 3종으로 다져진 몸매가 부럽기도 하고, 두 분의 뛰는 자세가 멋져 부러!!!!


우리는 가볍게 몸을 풀고 난 후 내일의 승전보를 위해 파이팅을 외쳤다.





오전에는 하버드대학과 MIT공대를 방문하였고, 오후에는 배번을 받기 위해 엑스포장으로 갔다. 배번을 받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2003년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풀코스는 완주하지 못 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10km, 하프를 뛰며 생각이 바뀌었고 2004년 중앙마라톤에서 4시간 6분으로 처음 완주하고 나서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2005년 동아마라톤에서 두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12분이나 단축시킨 3시간 54분에 골인하여 보스톤 마라톤 출전의 꿈을

가지게 되었지만, 출전 자격인 3시간 45분 달성에는 번번히 실패하다가, 2008년 춘천마라톤에서는 기필코 목표를 달성을

할 수 있었고(3시간 44분 48초)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엑스포장을 구경하고 난 후 골인지점을 사전 답사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내 모자를 보고 가마동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목동성당 마라톤동호회에서 왔다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하며 본인은 김개학 토마스모어이며 현재 시카고 한인성당에


나가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한국에서는 가마동에서 활동했으며 보스톤에서 자신의 기록 3시간 27분대를 갱신하기 위해


출전했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어딜가나 가톨릭 교우들은 하나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D-Day

구름이 많고 다소 바람이 분다는 소식에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비는 저녁에 온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3일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것이 염려가 되었지만 즐기면서 서브4만 하면 만족하리라 생각하였다.


아침식사로 찹쌀밥을 준비하여 맛있게 먹었는데 약밥까지 준비하여 대회장에서 먹으라고 주는 에스엔비의 관심과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


대회장 주위의 교통통제가 엄격하여 일찍 도착하기 위해 우리는 대회장으로 출발하였다.


몇 년 전에는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3Km를 뛰어서 대회장에 도착하는 불상사가 있었다고 한다.


대회장으로 가는 왕복2차선 도로 좌우에는 아담한 단층 집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차분하고 조용하고 평화스런 보스톤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오는 마을의 풍경이었다.


대회장에는 새벽6시부터 도착한 선수들이 나름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고, 벌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추워서 입고 있는 두툼한 옷을 열어 배번호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따끈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꼬불꼬불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목장갑도 공짜, 파워젤도 공짜, 음료수, 물 등 모든 것이 공짜다.




드디어 출발시간!


무사 완주를 위한 기도를 마치고 달려 나가는 순간부터 함성은 울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모두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외쳤지만 내리막길의 페이스를 조절하였다.


1Km를 지나면서 룸메이트는 스피드를 조금씩 올려 시야에서 멀어졌고 나도 서서히 자제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팔을 뻗어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함성에 답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어린이들은 사탕과 오렌지, 물, 음료수를 들고 출전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었다. 손에 든 것을 받아


줄 때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행복해했다.


생각깊은 룸메이트가 준비해준 토속적인 핸폰줄을 꺼내, 나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작은 외교사절로서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시민들의 한결같은 응원으로 힘든 줄 모르고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데 어느 덧 10Km 지점을 알리고 있었다.


춘천기록보다 2분 정도 초과되었지만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10Km 까지는 1Km 마다 거리표시판이 보였지만(마일은 1마일마다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 다음부터는 5Km마다


표시되어 페이스조절이 아리송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마 오바페이스?


20Km 지점이 또 오르막이다.


오르막 전에는 반드시 물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게토레이는 입에 맞지 않아 물을 마셨다.


오르막을 넘으려는데 여성들의 아우성이 들려온다. 저 함성이 “Kiss Me” 인가 기대하면서 오르막을 넘어서자


하이파이브와 함께 긴 응원행렬이 이어지고, 웨슬리 대학생들이 과연 듣던 대로, “Kiss Me” “Kiss Me”를 외치며


볼을 내밀고, 손을 잡아 당겼다. 열광적이면서 아름다운 몸짓으로 선수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다.


양쪽에서 지르는 함성은 넋을 잃어버릴 정도로 우렁찼으며, 귀가 먹먹하였다.


볼에 뽀뽀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거침없이 달려오는 날쌘돌이들 때문에 나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저씨”하고 부르는


한국학생에게 돌아서서 악수라도 하고 싶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21Km 지점에서의 기록이 춘천기록보다 약 2분정도 초과 되었다.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건드려 뒤돌아보니 장애선수를 상하좌우로 보호하여 달리는 봉사자였다.

줄을 연결하여 달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자연스러워 보였다. 뒷걸음으로 가듯이 두발을 움직이며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선수도 있었다.


25Km 지점에서 오른쪽 무릎 위의 근육이 저려오고 종아리에 쥐 발생의 신호가 괴롭힌다.


이러면 안된다. 갈 길이 아직도 멀다. 오르막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속으로 다짐하며 서서히 스피드를 줄였지만


괴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 지점까지 오면서 걷는 사람을 한명도 보지 못했는데 힘들다고 걸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르막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내리막에서는 조금씩 스피드를 내어 달리곤 하였다.


내리막이 끝나고 평지다 싶으면 다시 음료수 보급하는 곳이 있고 또 오르막이 나타난다. 뒤따라오던 선수들은 나를


추월하여 지나간다.


바람을 타고 오는 바비큐 굽는 냄새는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자기 집 앞에서 바비큐를 구우며 응원하는 시민들은


선수들에게도 먹도록 권했으나 유혹을 물리치고 천천히 달리기로 했다.


30Km 지점에서는 대한민국 태극기를 들고 있는 교민을 볼 수 있었다.


하이파이브로 답례하고 지나는데 교민 아주머니 한 분이 “‘대한민국 아저씨, 힘내세요!” 라고 외친다.


가슴이 뭉클하고 순간 눈시울이 뜨거웠다. 뒤돌아서 손만 흔들어 주고 앞만 보고 달렸다.


33Km 지점. 가장 힘이 든다는 ‘Heart Break Hill’ 이 시야에 들어온다.


컨디션이 호전되어 생각보다 염려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생각하며 함성의 소용돌이 “Go, Go!!” “You can do it” 속에서 오르막 정상에 오르자,


다른 하나의 오르막이 나타난다.


이 오르막에서는 걸어가는 선수도 몇 명이 보였지만 나는 걸을 수가 없었다.


나의 가슴에는 태극마크와 함께 “목동성당” “함께 뛰어요. 김수명 대건안드레아”라는 선명한 한글이 새겨져 있지 않은가....


다시 내리막을 달리면서는 다행히 오른쪽 무릎 위의 근육저림과 쥐가 호전되었다.



“Go, Go!!”


“You can do it!!”


35Km 지점을 지나서 조금씩 스피드를 올려도 될 것 같았다.


응원의 함성은 절정에 오르고 있었고 그 긴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목청껏 응원하는 장애인을 보니 더욱 힘이 났다.


친분이 있는 선수가 보이면 목청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울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로에 들어와


선수와 함께 달리다가 자원봉사자에게 끌려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선수는 응원자를 끌어안고 폴짝폴짝 뛰면서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참으로 사랑 넘치는 풍경들이었다.


24마일 표시판이 지나고, 40Km 표시판을 기다리고 달렸지만 보이지 않아 , 남은 2Km 의 희망이 멀기만 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즐겁게 달리는 행복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만끽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목동성당 마라톤 회원들이 주는 꿀물이 생각나고,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아, 드디어!


40Km 표시판이 보이고 조금 더 달리니 1마일(1.6Km)남았다는 표시판이 보였다.


이제 부터는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달려야 한다.


함성소리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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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개학 토마스모어님의 댓글

김개학 토마… 작성일

형제님 후기 잘읽었습니다.

보스톤 마라톤은 어는 누구나 사연과 감동을 만드나 봅니다.

그리고 찡한 마음을 갖게하구요.



그래서 마라톤이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



시카고에서 김개학 토마스모어.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마라톤 참 좋네요!!!

앞으로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김수명님의 댓글

김수명 작성일

사진을 삽입할려고 했는데 실력부족인가 잘 안되네요,

수정할려고 해도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지시만 나오고 해서

수정 못하고 중복으로 글 올려 죄송합니다.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사진을 이메일(snb@snbtour.com)로 주시면 저의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